안볼래야 안볼 수 없는 광고가 있다. TV와 신문은 물론 지하철 버스 등에도 온통 "준(june)"을 찾는 광고가 가득하다. 워낙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은 탓에 광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준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광고업계에서도 올해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광고비를 쏟아부은 광고로 SK텔레콤의 준을 꼽는다. 준은 내용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보는 이에 관심을 끄는 "티저 기법"으로 화제가 됐다. "고개를 돌리니 준이 있었다","준,어디까지 가니?"등 제품의 정체를 숨기는 광고 카피 때문에 준의 정체를 묻는 글이 연일 인터넷에 올라왔다. 결국 얼마전 준이 SK텔레콤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3세대 이동통신 브랜드임이 밝혀졌다. SK텔레콤의 거대한 실험은 8월부터 조심스럽게 기획됐다. 광고회사 TBWA는 회사의 간판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김호철 국장(42)과 윤수영 국장(38)에게 준 광고 제작의 중임을 맡겼다. 국장급 CD가 나란히 같은 광고를 맡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광고주의 기대가 컸고 중요한 광고이기 때문이었다. 김 국장과 윤 국장이 처음 한 일은 새로운 브랜드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었다. 친근한 느낌을 주는 이름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 끝에 새로운 브랜드에 "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 국장은 "이동전화가 아닌 새로운 미디어로 준을 각인시키기 위해 준이 인격체인 것처럼 광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빅모델을 기용하는 무난한 광고 대신 티저 광고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국장은 "빅모델을 쓰면 친근함 느낌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의 모델을 골랐다"며 "티저 광고라는 독특한 접근 방식이 모델의 지명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준 광고 모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TV화면의 절반을 과감하게 하얗게 처리하고 절반의 화면만 광고에 사용한 것이다. 김 국장은 "쓰지 않은 화면의 절반을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공중에 날린 셈"이지만 "보이지 않는 절반에 대해 시청자들의 가지게 될 "호기심 효과"를 믿었다"고 말했다. 광고의 여러가지 금기를 과감하게 깰 수 있었던 것은 두 CD의 서로 다른 기질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 김 국장은 미대를 나온 아트디렉터 출신으로 영상을 보는 감각이 뛰어났고 카피라이터 출신인 윤 국장은 광고카피를 다듬는 기술이 남달랐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잘 알기 때문에 같이 일하기가 쉬웠다"고 털어놓는다. 아직 준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김 국장은 "지금까지 광고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의 위력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팀원들 모두 광고를 맡은 후 일요일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며 "팀원들이 앞으로 있을 불면의 밤들을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