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의 개정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진다. 재정경제부는 10여개의 세법에 걸쳐 내년에 시행할 복잡한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경제 실태와 세법규정간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그러한 개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납세자는 개정법령에 따른 납세순응을 위해 많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첫째,개인부문의 개정으로서 부가가치세에서는 장애인용 특수정보기기 및 소프트웨어에 대해 추가로 영세율을 적용하게 한 것,회수 일을 6개월 이상 경과한 10만원 이하의 소액채권에 대해 대손세액공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종합소득세에서는 의료기관에 지불한 건강진단비를 의료비공제의 대상이 되도록 한 것,양도소득세에서는 고급주택과세를 고가주택과세로 전환하면서 이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특별히 높인 것,상속세에서는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한 재산 등의 대가로 받은 돈을 상속인이 그 사용처를 밝혀야 하는 입증책임이 약간 완화된 것,그리고 토지의 무상사용 이익을 증여로 의제해 과세받은 후 그 토지를 양도했거나 유상(有償)사용으로 전환하면 경정청구를 통해 증여세의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개인 납세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거나 권익보호의 길을 터주는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소득세에서 새로 도입한 기준경비율에 의해 추계과세를 할 때 그 추계소득금액이 과다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3년 간에 한해 단순경비율(종전의 표준소득률과 같음)로 계산한 소득금액의 1백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 것은 표면상 납세자를 위한 제도처럼 보이지만,사실은 무기장 영세사업자에 대한 과세강화책에 속하는 것이며,양도소득세에서 고급주택과세를 고가주택과세로 전환하는 것,상속한 주택에 대한 종전의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과세로 전환할 뿐만 아니라 실거래가액 과세를 하도록 하는 것,서울 신도시 등의 지역 내에서는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을 배제하는 것,투기지역 지정절차를 상세히 마련하는 것 등은 부동산투기 억제의 문제를 세제로 접근하면서 그 과세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의 소득공제 대상축소는 법 해석을 통해 이미 그렇게 시행하던 내용을 시행령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므로 조세명확성의 원칙에 한걸음 다가서는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기업부문의 개정으로서는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일몰기간을 6개월 연장하면서 7%로 인하하려던 방침을 바꾸어 현행대로 공제율 10%를 유지하도록 한 바 이는 장기간 투자가 저조한 우리의 경제실정을 바로 인식한 조치다. 전기자동차충전시설을 공해방지시설에 추가해 3%의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과 절수설비 및 절수기기를 에너지절약시설에 추가시켜 투자세액공제 7%를 받도록 한 것은 친환경적 개정으로 환영할 만하다. 특히 해외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해 자회사의 소재국간 조세조약상의 규정 여부 또는 조약미체결국 여부에 관계 없이 50%의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부의 국내 유입에 걸림돌이 되던 것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50%라는 제한은 없어야 할 것이다. 셋째,개인 또는 법인에 과세되는 각종 가산세율을 낮추고 있다. 가산세는 벌칙적 성격이 있으므로 이를 시중의 금리와 직접 연동시킬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금리에 비해 너무 높았다. 이미 지난해에 낮췄어야 했다. 그런데 국세기본법의 개정에서는 세무조사대상의 선정절차를 새로 설정하면서 그 구체적 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내용이 없다. 매우 중요한 규정의 개정이 빠져 있다. 이는 그 내용이 중요하면서도 복잡하고 세무조사권과 납세자의 권리를 조화시키는 기준 설정이 어려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자 한다. mkchoe9@hanmail.net◇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