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조흥은행 매각이 대선 후로 넘어갈 분위기다. 민주당 김효석 제2정조위원장은 "당정은 대선 전에 조흥은행을 매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주말 발표했다. 사전내락설 등으로 논란을 빚는 조흥은행 매각을 대선 전에 처리하는 게 선거에 도움될 게 없다는 '표(票)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의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민주당과의 합의를 부인하면서도 "오는 1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대선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해 사실상 '매각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문제를 정치 논리로 좌지우지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권에만 책임이 있는 걸까. 금융계의 시각은 조흥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재경부에 대해서도 곱지 않다. 전윤철 부총리는 최근까지도 "조흥 매각은 대선과 무관하다. 이번 정부 임기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2월25일까지다"라고 공언했다. 그랬던 재경부가 이제 와서 한발 물러서 정부의 정책 일관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얘기다. 애초부터 조흥은행 매각 시기를 잘못 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조흥과 같은 대형 은행의 매각을 추진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매각하려면 좀더 서둘렀어야 했다."(한 은행 임원) 실제 정부가 조흥은행 경영권 매각을 들고 나올 때부터 "대선 전에는 결정을 못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경부 관료들이 이런 현실도 모르고 그냥 밀어붙인 것일까. 은행 관계자는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재경부도 막판엔 정치권에서 조흥 매각을 반대할 걸 짐작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추진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게다. 관료들 입장에선 '우리는 할 만큼 했는데 정치권 때문에 못했다'는 핑곗거리를 만든 것 아닌가." 이런 분석의 사실 여부를 떠나 관료들은 내년 열릴 '공적자금 청문회'에서 훌륭한 방패막 하나를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발목을 잡았다."차병석 경제부 금융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