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이 성공한 이유는 외국에서 온 이방인이라 파벌과 연공서열을 과감히 무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한국 금융회사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스카우트하는 첫 사례를 곧 보게 될 것입니다." 헤드헌팅 회사 '하이드릭&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 코리아'의 필립 티로 사장은 "히딩크 감독의 성공 신화를 기업에 적용하기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주변에서 그 실례를 목격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상무에서 부사장 레벨의 외국인을 찾고 있는데다 한화는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전문가를 CEO로 앉히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이드릭&스트러글스는 이미 미국에서 '적임자 사냥'에 나섰다는 얘기다. "내부적으로는 충격이 크겠지만 한국도 변화를 받아드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주식이 해외에 공개되면서 기업의 국적이 모호하게 된지가 오래됐어요. 20년이 지나면 내가 어느 나라 회사에 다니는지, 내 월급을 어느 나라 사람이 주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될 거예요." 영어나 임금 문화차이 같은 문제는 얼마나 걸림돌이 될까. 티로 사장은 "한국의 임금은 이미 국제 수준에서 빠지지 않고, 영어를 핑계삼는 사람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영어회화와는 다른 의미에서)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변명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이같은 확신은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대우차 임원 개개인들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고 미국 경영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는지, 영어를 포함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평가작업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한국 대기업 임원중 90%가 영어를 할 줄 압니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거부하게 되지만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중견 간부급 이상이 변화에 대해 열려 있는 편이고요. 지난 50년간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던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티로 사장은 한국 기업이 CEO뿐 아니라 다수의 외국인 간부를 필요로 하는 경우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들여와 빨리 사업화하고 싶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싶을 때, 조직문화를 쇄신해 경영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경우다. "점점 더 많은 한국 회사들이 특히 세번째 이유로 외국인을 찾게 될 거예요. 변화란 언제나 고통을 수반하지만 외국인이라고 해서 마음을 닫아 놓지만 않는다면 히딩크 신화를 기업에서도 경험할 수 있겠죠."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