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는 30년 뒤면 최소 30∼4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태어난다고 보면 벼 생산량만 50% 이상 증산돼야 한다고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도 60억 인구의 10% 이상이 굶주린다. 세계 각국이 필리핀 국제벼연구소(IRRI)를 중심으로 슈퍼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중국에선 우한(武漢)의 화종농대팀이 줄기를 갉는 해충에 해로운 단백질 독소를 만드는 신품종을 개발,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반벼보다 수확량이 28.9%나 많은 품종을 만들었고,워싱턴주립대 모리스 쿠도 수확량을 35%까지 늘리는 품종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2년전 전남대 구자옥 교수팀이 토양 미생물의 광합성 관련 유전자를 이식하는 방법을 이용한 형질전환으로 일반벼보다 20% 더 수확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다시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면서도 수확량은 더 많은 슈퍼벼가 한ㆍ미 공동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고 한다. 서울대 최양도ㆍ명지대 김주곤 교수팀이 미 코넬대 레이 우 교수팀과 함께 트레할로스 유전자를 벼에 주입해 냉해 가뭄 염해 등에 강한 품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보릿고개를 면한 건 71년에 나온 통일벼 덕이었다. 통일벼는 농촌진흥청이 다수확 볍씨 개발을 위해 이전의 자포니카 근연교잡 방식을 버리고 인디카와 자포니카 품종간 원연교잡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키가 작아 비바람에 잘 쓰러지지 않고 잎마름병 도열병 등에도 강해 단보당(3백평) 4백㎏이던 수확량이 6백24㎏까지 늘어나 숙원인 식량자급을 달성했던 것이다. 이런 통일벼도 78년 나타난 도열병 변이균에 약하다는 게 발견된 데다 한국인의 입맛과 달리 찰기가 떨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80년 장려품종에서 탈락했다. 유전자변형에 의해 만들어진 슈퍼종자들 역시 새로운 적에 쉽게 쓰러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국내에서 새 품종의 볍씨가 속속 나오는 것은 반갑다 싶다. 모쪼록 튼튼하고 수확량도 많고 밥맛도 좋은 품종이 쏟아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