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엊그제 '금강산 관광지구법'을 발표했다. 금강산 일대를 관광특구로 개발하기 위해 관광지구내 토지에 대해 50년간의 임대권을 허용하고 권리의 양도를 보장하며 개발자에 대해선 일절 세금을 매기지 않는 등의 다양한 특혜를 보장한 것이 골자다. 또 개인 및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를 허용하며 외화 반출입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7월 임금 및 가격을 자유화하는 등 소위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9월의 신의주 특구발표에 이은 또하나의 개발계획을 선보인 셈이다. 신의주와 나진·선봉지역이 주로 외국 자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금강산 개발은 현대아산을 비롯한 남한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는데 직접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는 데서 이번 조치는 그동안의 계획들과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특히 지난 98년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던 현대아산에 독점 개발권이 부여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는 2005년까지의 구체적인 개발 청사진까지 마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강산 일대는 신의주 나진 등 다른 어느 지역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개발계획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법적인 장치나 거창한 선언보다 북한당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번 강조할 필요도 없다. 가뜩이나 북한의 소위 '특구'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나진·선봉지구 개발계획이 이미 실패로 귀결됐고 신의주특구 역시 양빈 초대장관의 비리문제가 불거지면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금강산 역시 이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남북 철도연결 문제와 관련해 상호검증 절차를 트집잡아 지뢰제거 작업을 무기연기시키는 등 개방계획을 추진하는 스스로의 입장과도 모순되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핵개발 문제에 이르면 사태는 더욱 복잡하다.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적지않은 외자가 필요한 경제특구 개발을 비롯한 그 어떤 국제적 협력도 진전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은 바로 그점을 이해해야 한다. 일본과의 국교정상화가 교착에 봉착한 것이나 중국이 신의주 특구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그런 정황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남북협력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조건과 방법론에 대해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