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발전설비 전문업체인 두산중공업에서 단체협약 해지라는 보기 드문 일이 빚어졌다. 국내 대기업의 노사협상에서 어느 한쪽이 단협해지를 선언한 경우는 있었으나 단협해지 효력이 발생하도록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노사 양측은 물론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협해지는 글자 그대로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를 뜻하며 노사갈등이 더욱 증폭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노동조합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단협이 해지되면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부분은 고용계약으로 전환되지만 회사측은 노조 전임자와 사무실 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게 되고,이것이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두산중공업이 단협해지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노조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노조측에선 단협해지가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라며 강경한 대응방침을 선언한 것을 보면 그런 우려를 갖게 된다. 두산중공업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데엔 노조의 요구가 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측면이 적지 않은 만큼 노조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본다. 지난 봄 47일간의 파업을 벌인데 이어 지금까지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것은 노조측이 금속노조의 기본협약서를 무조건 받아들일 것을 회사측에 요구한데서 비롯됐다. 물론 현행법 아래서도 임금교섭과 단체협약을 산업별 단위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화된 것이 아니고 사용자가 산별 기본협약 수용을 거부할 수 있는데도 노조가 이의 수용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일방적인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사업장별로 경영환경과 근로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산별 교섭이 벌어진다면 개별사업장 단위로 다시 교섭해야 하는 일이 불가피해진다. 이중 교섭이 갖는 낭비도 문제지만 실익도 적다는 점을 노조측은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노조측은 또 파업관련자에 대한 징계 철회 등을 단협과 연계시키고 있지만 이 또한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다. 노사문제에 있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과 원칙은 한번 무너지면 불법이 불법을 낳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과 원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노사간의 신뢰관계이고 그것이 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두산중공업 회사측도 노사간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의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사 모두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