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에 설립된 아시아 나노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이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부산대는 외국인 석학 89명을 영입, 이 연구원을 나노바이오 분야의 세계적 연구센터로 키운다는 목표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아시아 첫 나노바이오 국제연구소 설립을 기념해 부산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석학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이 좌담회에는 9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아흐메드 즈웨박사(56.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아시아 나노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 초대 원장(공동)인 바누 프라탑 제나 박사(47.미국 웨인주립대 교수), 박재윤 부산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참석자 ] 아흐메드 즈웰 < 박사 > 바누 프라탑 제나 < 박사 > 박재윤 < 부산대 총장 > ----------------------------------------------------------------- △ 박재윤 총장 (사회) =부산대 아시아 나노바이오 과학기술원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준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특히 노벨상 수상자인 아후메드 즈웰 박사가 상임고문직을 맡은 점에 모두들 놀라워합니다. △ 아흐메드 즈웰 박사 =사실 아시아 지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생각해 이 연구원에 참여했지요. 또 나노기술이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나노기술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있는 일입니다. △ 박 총장 =제나 박사는 이 연구원 설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등 준비를 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 바누 프라탑 제나 박사 =나노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생물학에 관한 연구의욕을 자극시키고 있습니다. 학제간 융합이 진척되면서 학자들의 공동 연구가 보다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국가들이 한데 모여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아시아지역의 학자들도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열린 각종 학회 등에서 나노바이오 기술연구원 설립을 위한 논의를 최근 수년간 활발하게 해왔습니다. △ 박 총장 =한국은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던 단계에서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로 도약하기 위한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센터의 출범도 바로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이지요. 특히 부산대는 가까운 곳에 의대와 환경대학원 등 나노바이오와 밀접한 연구기관이 있어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 제나 박사 =부산대 교수들과의 잦은 교류를 통해 의학 생물학 등 생명과학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연구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총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자 하는 부산대 구성원들의 의욕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 박 총장 =부산은 국제 협력에 매우 유리한 지리적 특징이 있으며 부산시민들의 정서도 국제화에 적극적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센터가 국제적인 연구사업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즈웰 박사 =아시아 나노바이오 과학기술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수적입니다. 첫번째는 우수한 연구인력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땅값이 매우 비쌉니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이 지역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이지요. 실리콘밸리가 왜 성공했는지 설명하는 여러 이유중 하나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연구센터는 세계에서 최고수준의 연구인력을 데려와야 합니다. 이미 뛰어난 연구진을 상당수 확보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번째 요건은 지도자의 리더십입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연구센터를 이끌어야 합니다. △ 제나 박사 =나노바이오센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를 선도하는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들을 유인할 만한 지원책이 따라야 합니다. 수준 높은 실험이 가능한 고가의 장비 등 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지요. △ 박 총장 =이 연구소가 잘 되려면 정부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의 연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위에 기업과 해외기업들이 몰려드는 R&D 허브로서의 면모로 거듭나야 합니다. △ 즈웰 박사 =미국의 경우 대학 부설연구소의 자금중 절반 이상은 산업계로부터 조달하고 있습니다. 학계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연구하고 있지요. 문제는 대학의 역량입니다. 한국 대기업이 국내 대학에도 연구비 지원을 크게 늘릴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 제나 박사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번 연구센터와 같은 국제적인 연구조직과 좀더 긴밀하게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개발도 글로벌화하는 추세이므로 해외의 선진 연구진과도 손잡고 공동 연구를 해야 합니다. △ 박 총장 =사실 한국 정부는 연구개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는 편입니다. 행정자치부 등에도 연구개발 펀드가 조성돼 있지요. 연구원은 이 펀드를 활용할 만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 대학들은 이공계 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산대도 마찬가지고요. 어떻게 대응하는게 바람직할까요. △ 즈웰 박사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과학기술 분야로 유인하는 것이 이공계 대학의 역할이기도 하지요.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과학자 스스로도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겠지요. △ 제나 박사 =옳은 지적입니다. 과학자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하고 일반인들에게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노력해야 풀릴 수 있습니다. △ 박 총장 =한국의 우수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두뇌유출'도 걱정거리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요. △ 즈웰 박사 =별로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과학자가 미국에서 활동하더라도 그는 '한국인'입니다. 언젠가는 한국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해외 한국 과학자들은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마을'과 같은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연구하느냐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 제나 박사 =즈웰 박사 말에 공감합니다. 기술이 앞선 나라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다면 결국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리=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