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애호가들이 오랫동안 기대해 왔던 '2002 서울모터쇼'가 지난 주 코엑스에서 개막됐다. 국제적으로 이름난 모터쇼로는 디트로이트 도쿄 프랑크푸르트 파리 모터쇼가 있는 데,이들은 개최국 자동차산업의 위용을 자랑하는 축제 마당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도 세계 5대 자동차생산국가로서 이번 서울모터쇼는 한국자동차산업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 이번 모터쇼를 관람하면서 필자는 한국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이번 모터쇼는 순수 국내 메이커들이 상용화가 가능하고 독창적인 컨셉트카를 많이 출품했다는 것이 첫번째 특징이다. 이번에 출품된 컨셉트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메이커들이 과거 선진국의 자동차모델을 모방하던 단계에서 탈피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류 자동차생산국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이 갖지 않은 독창적인 디자인이나 기술이 있어야 하는 데 독일은 처음으로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했고,미국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일본은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제패했다. 외환위기 이전의 한국자동차산업은 일본과 구미의 자동차기술을 좇아 가기에 급급했지만,최근에 와서는 독창적인 신모델 개발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여 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모터쇼의 또 다른 의의는 르노삼성과 GM대우차가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과 GM대우차는 이번 모터쇼를 통해 국내 자동차산업발전에 대한 그들의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게 됐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자동차회사들은 경영난으로 멈춰서 있던 공장을 다시 가동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인천과 부산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자본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근래의 정황을 볼 때,한국이 르노 GM과 같은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들 기업이 한국을 단순한 하청 생산기지로 생각하지 않고,동북아시아의 R&D 허브로 발전시킬 의욕을 이번 모터쇼를 통해 밝힌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번 모터쇼에서 아쉬웠던 점은 도요타를 제외한 수입차 메이커들이 모두 불참했다는 사실이다. 수입차 메이커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번 대회에서 배제된 것은 우리 업계와 소비자들의 잘못된 '수입차 정서'를 반영하는 것과도 같았다. 한 나라의 자동차산업은 수입차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세계 모든 메이커들의 경연장이 돼야 하는 모터쇼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만 참여하는 '반쪽' 모터쇼였다는 점은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모터쇼에서 각사의 최고경영자들은 성장위주의 의욕적인 경영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이러한 적극적인 성장정책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한편으로는 외환위기 이전 한국 메이커들이 물량경쟁을 하던 시기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1999년 순이익 72억달러라는 업계 최고의 실적을 냈지만,그후 방만한 확장으로 2001년에는 5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이 회사의 윌리엄 포드 사장은 회사가 호황을 누릴수록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고 보수적인 경영을 했어야 하는 데 경영층이 '집단 기억상실증'에 빠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도 지금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고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제모터쇼는 개최국 자동차산업의 역량을 비춰 주는 거울이다. 이번 모터쇼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해 더욱 강해진 한국자동차산업의 위상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04 서울모터쇼는 이번 행사의 단점을 보완해 한 단계 더 성숙된 한국자동차산업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wchu@car123.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