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무역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무역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들어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특히 10월에는 26%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출증가는 일본 EU(유럽연합)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룬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중국을 제외한 홍콩 싱가포르 등 우리의 주요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좋아할 수만은 없다. 중화권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은 크게 둔화되거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품목 구성도 반도체 컴퓨터 휴대폰 등에 편중되고 있다. 또 아직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품질 등도 열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품목이 많다. 이 같은 상황들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수출증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하다.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율이 높은 데,서비스 이전수지 등 무역외 수지에서 적자를 보이고 있으므로 국민경제의 건전한 운용을 위해 무역수지에서의 흑자 유지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산업 육성과 복합무역 활성화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는 상품수출 기반 위에 이루어져야 하며,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기 위해 제조업의 구조 고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조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또 수출을 늘려나가려면 끊임없는 경영 개선과 설비 투자·기술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경제에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중화학부문을 통해 고도성장의 길을 달려 온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라앉은 투자마인드로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어려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따라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도록 정부는 여건을 조성해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설비투자를 더 위축시킬 소지가 있으므로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와 기업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원천적인 힘을 축적하기 위해 인력 및 기술개발에 합심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연구개발(R&D)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선도국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R&D 예산비중은 4%대로서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인 5%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기술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 염려된다. 따라서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R&D 예산을 늘려 기술개발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술개발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가장 큰 애로사항이 '고급기술인력 부족'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 동안의 이공계대학 진학률이 46%에서 27%로 대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인력의 기반이 되는 이공계 출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얼마 전 우리나라의 제조업 기술이 세계 톱 수준의 80% 정도이며,중국과의 격차도 5년 내외인 것으로 밝힌 바 있어 갈 길이 멀고 급하다. 우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설비·R&D 투자를 하지 않으면 3년 후,10년 후에는 따라가기 어려울만큼 뒤처질 위험이 있다. 산업 4강을 지향하는 우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올해와 같은 수출호조세가 앞으로 3년이고 10년이고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 수출이라는 황금알을 계속 낳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건강한 거위(제조기반)가 자랄 수 있도록 먹이와 토양(투자)이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yahu@kotis.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