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복 조흥은행 회장이 회고록을 통해 지난 98년 행장에서 퇴진한 것은 자의가 아니라 금융감독위원회의 강요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위 회장은 최근 출간한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당시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 『뱅크 서바이벌 게임』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98년 말 충북.강원은행 합병 당시 금감위에서 사퇴를 종용해 어쩔 수 없이 은행장에서 물러났다"며 "과거 경영진이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난뒤 후임은행장으로 취임해 일을 시작한지 고작 3개월 7일만이었다"고 당시의 아쉬웠던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자신을 불러 '충북.강원은행 독자생존 불가가 명확하지만 주민.정치인들은 당신(위 회장)이 국민의 정부와 관련이 있어 조흥은행을 봐주고 있다고 오해하는 탓에 구조조정을 과감히 처리할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는 것. 이에 위 회장은 "너무 지쳤던데다 양 은행의 조직적인 저항이 부담스러워 '내가 그렇게 큰 장애가 되는 인물인지 몰랐다. 그렇게 어려우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쉽게 말해버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사퇴의 조건으로 조흥은행의 처리방향을 제시할 것과 다른 경영진에게는 책임을 묻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98년 11월24일 오후부터 금감위에서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도 없이 사표제출 여부를 체크해오기 시작해 옥신각신 실강이가 벌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이틀 후 금감위 회의에 조흥은행 처리방안이 즉석 상정됐으나 결론이 나지 않자 당시 윤원배 금감위 부위원장이 전화를 걸어와 '안건 통과 전에 사표를 내야 제재형태가 되지 않아 앞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종용, 결국 사표를 내게 됐고 송승효, 변병주 상무도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위 회장은 또 2000년 금융파업을 막지 못한 것은 금감위의 잘못된 대처방식 때문이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금감위가 당시 문제있는 금융기관들의 현황과 향후 처리방안에 대한 큰 그림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지만 그같은 공식발표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자신은 98년 9월 은행파업과 그 후유증을 톡톡히 겪은터라 파업을 막기 위해 온갖 애를 썼으나 대상은행들의 진로에 대한 막연한 언론보도만이 전부인 상황에 파업을 막는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관료들은 자신이 노조를 통해 조흥은행의 진로를 확약받으려는 목적으로 파업 중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속좁게 오해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2000년 12월 2차 MOU체결 당시 정부와 맞섰던 일화를 언급하며 "그 와중에 은행장 자리에 연연한다거나 정부가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돌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