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모범적인 개혁 사례로 칭송을 받아온 한국의 금융개혁이 가계 부실대출 증가로 다시 위협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은행권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대신 가계 대출 부문을 늘려 실적을 개선시켜 왔다면서 이는 금융 위기를 동시에 겪은 일본과 아시아국가들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용카드와 가계 대출 부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급증으로 한국 은행권의 3.4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은행권의 회복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례로 은행들의 지난 3.4분기 순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한 1조4천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2.4분기에 비해 거의 18% 감소한 수치라며 부실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한국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60000]의 경우 디폴트 증가로 수익이 전분기에 비해 무려 23% 급감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지난 97년 211조원에 육박했던 가계 부채가 올들어 거의 두배 수준인 400조원으로 급증한 반면 저축률은 97년 33.4%에서 올해 27.5%까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99년 50%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77%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이는 70%인 일본에 비해서도 더 높은 수치이고 79%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상업은행들이 상환 계획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을 남발하고 있어 매우 놀랍다"며 "한국 금융권의 개혁 성과는 이같은 관행으로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