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베타(A-beta)' 단백질이 뇌 속에서 `올리고머(oligomer)' 형태로 뭉치면 인간의 사고와 관련된 두뇌신경세포만 퇴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북대 의대 홍성출(38)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큰 특징인 `두뇌 신경세포퇴행'을 설명할 수 있는 `에이-베타' 단백질의 작용 기능을 밝혀냈다고 17일 밝혔다. 홍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관련해 `에이-베타' 단백질의 작용 기능을 밝혀낸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학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논문은 미국 실험생물학회지(FASEB) 11월호에 실렸다. 이 논문에 따르면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에이-베타 단백질이 사람의 뇌 속에서 섬유질화(fibrillar)되면서 모든 세포에 대한 독성을 갖게 되고 결국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에서 관찰되는 에이-베타 단백질이 인공합성한 에이-베타 단백질과 똑같은 구조라는 점을 추론의 근거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추론은 에이-베타 단백질이 섬유질화될 경우 인체 내 모든 조직과 세포들에 대해 독성효과가 있는데,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신경세포만을 망가뜨리는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홍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에이-베타 단백질이 섬유질화되지 않고, 여러 분자들이 한데 뭉치는 형태의 올리고머를 형성할 때 인간의 사고와 관련 있는 두뇌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즉 그동안의 가설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신경세포 퇴행은 에이-베타 단백질의섬유질화 때문이 아니고, 이 단백질이 올리고머로 변화는 양에 비례해 진행된다는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홍 교수는 "앞으로 `에이-베타단백질 올리고머'가 어떻게 신경세포만 골라 퇴행시키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할 수 있는신약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