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티아고에서 지난 3일 개막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제12차 총회가 2주간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15일 폐막했다. 이번 CITES 회의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상아 거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100여종의 동식물을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추가 지정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무분별한 로비 등으로 전반적으로 혼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오점을 남겼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아프리카 지역의 상아 수출 문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나미비아 3국에만 수출을 허용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이들 3국은 각각 30t, 20t, 10t의 상아를 수출하도록 허용됐으며 이르면 재고물량 파악이 완료되는 오는 2004년 5월부터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이들이 수출하는 상아는 자연사(自然死)한 코끼리에서 추출된 것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고래 교역 금지를 완화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온 일본은 적극적인 로비활동에도 불구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다. CITES 총회는 북반구에서 밍크고래 등 고래 2종에 대한 포획권을 확대해달라는 일본의 요구를 놓고 회기 내내 격론을 벌였으나 결국 거부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들고래 2종이 "생태적으로 충분한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며 상업적 포경(捕鯨)을 허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CITES는 일본이 다른 회원국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다는 환경학자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한편 CITES 총회는 현재 1천여종에 달하는 멸종위기 동식물 리스트에 32종의 해마, 26종의 거북, 2종의 흑해 돌고래, 2종의 표범 등 총 100여종의 동식물을 만장일치로 추가 지정했다. CITES는 또 재정 적자를 보전하고 오는 2005년 태국에서 열리는 13차 총회의 기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회원국 부담금을 종전보다 6% 늘리기로 결정했다. (산티아고 AF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