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 서울 호텔. 의료단체 대표들이 출석을 거부하는 소동 끝에 건강보험 수가(진료 등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불)를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협상이 열렸다. 협상 당사자인 건강보험공단과 의료단체 관계자들 모두 '양보는 없다'는 결의에 찬 표정들이었다. 양측의 주장은 도저히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극단이었다. 공단은 "보험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인하할 수밖에 없다.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의료단체 대표들은 "건보재정을 거덜낸 공단이 경영부실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국민을 내세워 의료업계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느냐"며 펄쩍 뛰었다. 결국 협상은 아무런 성과없이 결렬됐다. '국민의 이익'과 '적정수가 보장'을 내세운 양측 주장은 나름대로 다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작년부터 되풀이되고 있는 파행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건보재정이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엄청난 적자를 냈기 때문. 그래서 누군가가 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건보재정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는데도 누구 하나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화여대 의과대학 정상혁 교수는 "의욕만 앞세워 준비를 제대로 하지않고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의약분업을 밀어붙인 정부 탓"이라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의약분업으로 진찰과 조제를 함께 하던 의사한테만 주면 됐던 보험금을 약사에게도 이중으로 주게 됐으니 재정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분석했다. 복지부 김성호 장관은 "협상이 어찌됐건 이달 안에 수가계약을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차가 워낙 커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많다. 건보수가 협상 진통은 연중행사다. 작년에도 협상이 안돼 올해초까지 작년 수가를 적용했는데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선거분위기를 타고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어느 때보다 완강해 자칫하면 건보 적자를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차기 정권은 의약분업을 완전히 해부해 병폐가 무엇인지 가려내야 할 것같다. 서욱진 사회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