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cho@kotef.or.kr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어느 중소기업 박 사장 이야기다.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자는 대외적인 일은 직접 다 해야 되니까 항상 시간에 쫓기지만 요즘은 바쁜 이유가 몇 가지 추가됐다. 박 사장은 최근 들어 명사 조찬강연이 있으면 적지 않은 참가비를 내고 열심히 쫓아다닌다. 지식경영이니 경영정보화니 신리더십이니 하는 새로운 경영지식을 하나라도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과거에는 부품을 납품하는 완성차기업 간부들에게 술대접하면서 좋은 관계만 유지하면 그럭저럭 회사가 굴러가는데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다 생산관리와 노무관리만 좀 신경쓰면 됐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그런 모기업이 대형 부실 덩어리가 되면서 중소기업도 아사 직전까지 갔었다. 물품 납품하고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이 되다시피 했고 직원 봉급도 오랫동안 못 주면서 부도 직전까지 갔었다. 이제 그 모기업이 정상화되었고 자동차 수출도 재개되면서 자금도 잘 돌고,또 그간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개척한 부품의 해외직수출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간 많은 종업원이 회사를 떠났고 봉급도 못 받고 참아준 남은 종업원들한테 미안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박 사장을 무척 바쁘게 하는 일이 있다. 사람 구하는 일이다. 대졸자는 엄두도 못 내고 실업계 고등학교나 전문학교 등을 열심히 쫓아다니지만 별 성과가 없다. 금년도 취업대란을 걱정하는 언론보도를 접하면 쓴웃음이 나올 따름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 주 5일제근무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이미 작업현장에서 토요일은 반쯤 노는 분위기다. 들어보니 올해는 주5일제 입법이 물 건너갔다고 하는데,되지도 않을 것을 왜 들고 나와서 근로자들 바람만 들게 하는지 원망스럽다. 외국인 연수생 구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이들의 취업분야를 요식업 등 서비스업까지 확대한다니 힘든 제조업에 그나마도 누가 오려 하겠는가. 이제 간신히 위기를 극복하고 마음잡고 견실하게 회사를 꾸려 나가려 하는데,다른 거창한 지원 다 그만두고 이런 문제나 확실히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박 사장의 푸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