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오래 접해본 사업가들은 '중국 땅 전체가 시장이고 중국인 모두가 상인'이란 말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인들은 설날 아침 '궁시파차이(恭喜發財)'라고 덕담을 건넨다. '부자되세요'란 뜻이다. '상인'이란 용어도 중국 고대 상(商)나라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중국이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것도 장사를 중시해온 전통 가치관과 무관치 않다. 중국 상인들의 진면목을 보려면 수백년간 간판을 이어온 장수 가게(업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명나라 가정황제 때인 1530년 베이징에 문을 연 식품가게 류비쥐(六必居)는 5백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왔다. 원래 주점으로 출발했다가 간장 된장 반찬 등을 만들어 파는 식품업체로 바뀌었다. 가게이름 '류비쥐'는 6가지를 반드시 지킨다는 뜻. 6가지는 △양곡 △좋은 누룩 △깨끗한 그릇 △아름다운 술병 △충분한 연료 △맑은 샘물 등이다. 류비쥐의 두번째 경영철학은 '불용삼야(不用三爺)',즉 직계 방계 처족을 경영자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건재하던 이 가게는 지난 66년 문화대혁명 회오리 속에 잠시 간판을 내려야 했다. 다시 재기한 해는 72년. 중일 국교정상화를 위해 베이징에 온 다나카 일본 총리가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에게 류비쥐의 안부(?)를 물었다. 당황한 저우언라이가 사실을 파악한 뒤 중국 최고(最古) 가게의 부활을 지시했다. 5백년 전통의 류비쥐가 지금까지 생명력을 지니는 비결은 온정을 배제한 합리주의와 품질일등주의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한약방 체인인 퉁런탕(同仁堂)을 들 수 있다. 퉁런탕은 청나라 강희제 때인 1669년 저장성 닝보 출신 웨쭌위(樂尊育)가 창립했다. 놀라운 건 이 가게가 공산당 치하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55년 마오쩌둥은 당시 퉁런탕 대표 웨송성(창립자의 13대손)을 '전국민족상공업자' 대표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퉁런탕의 장수 비결은 베이징 본점 벽에 걸려있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에 담겨 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반드시 친한 이웃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정신에 따라 퉁런탕은 과거를 보러 상경한 선비들에게 무료로 보약을 나눠줬는가 하면 초롱불을 거리마다 내걸어 밤길 행인들에게 도움을 줬다. 이신구리(以信求利),즉 신용과 믿음으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퉁런탕의 장사 철학이 바로 장수의 비결인 셈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