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제12차 당사국 총회가 3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개막, 15일까지 2주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160개국에서 정부 및 민간단체 대표 2천여명이 참석, 아프리카 코끼리, 아시아 육지거북, 밍크고래 등 무분별한 국제거래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안건 59개를 다룬다. 한국에서는 신장범 주칠레 대사를 수석대표로 외교통상부, 환경부, 식약청, 농림부 등 관계부서에서 10여명의 대표단이 참가한다. 우리 대표단은 이번 총회에 한국과 직접 이해가 걸린 안건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여유있는 입장이다. 빌렘 비인스테커스 CITES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에서 "CITES의 결의사항은 통과후 바로 회원국에서 시행될 것"이라면서 생태계 보전을 위한 CITES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최국인 칠레의 하이메 캄포스 농업장관은 선진국들이 멸종 위기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재정적인 후원자로 책임을 맡아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 수출 허용 및 수출량 확대 문제와 해양생물의 남획에 따른 보호조치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CITES의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아시아의 흑곰, 불곰, 말레이곰의 보호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BBC 인터넷판은 전했다. 중국 등에서 전통 한약재로 쓰기 위해 수천마리의 곰들이 강제로 쓸개즙을 추출당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3종류의 곰이 결과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국제동물보호협회(WSPA)는 밝혔다. WSPA는 이에 따라 이번 회기동안 아시아 지역의 곰 보호를 위한 로비를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한편 대다수 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래에 대한 상업적 교역 금지 규정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해온 일본은 같은 포경(捕鯨)산업국인 노르웨이가 적극적인 지원을 보내지 않고 있어 고래 교역 허용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카스텐 클레프스비크 노르웨이 외무부 대변인은 회의 개막 전 "현 상황에서는 포경에 찬성하는 결의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결의안을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일본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CITES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호를 위해 동식물의 불법 거래나 과도한 국제무역을 규제할 목적으로 1973년 미국 워싱턴에서 채택됐으며, 한국은 93년에 가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