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업계의 라이벌인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문명과 비(非)문명"이란 상반된 배경의 광고로 맞붙었다. 웅진코웨이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2050년 배경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반면 청호나이스는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정적인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웅진코웨이는 이번에도 빅모델 이영애를 전면에 내세웠다. 광고의 배경은 미래의 "품질 테스트실". 이영애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탐 크루즈가 그랬듯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 모니터를 조작한다. 이영애의 손끝에 열충격 시험부터 낙하시험,소음테스트 등 다양한 품질 테스트 화면들이 끌려왔다가 사라진다. 실험이 끝나면 전문가가 등장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작은 물꼭지까지 1백만 번 테스트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 대표로 실험실에 들어선 이영애는 "1백만 번"이란 말을 듣고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청호나이스 광고는 깊은 산속의 사찰이 배경이다. 숨을 쉴 때마다 뽀얀 김이 나는 추운 겨울. 일찍 잠에서 깨어난 스님들이 차를 음미하고 있다. 한참 차를 마시는데 찻물이 떨어진다. 스님은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동자승을 부른다. 꾸벅꾸벅 졸고있던 동자승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스님은 야단 대신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전자를 건네고 동자승은 종종걸음으로 물을 뜨러 간다. 동자승은 옹달샘을 무심하게 지나 청호나이스 정수기 앞에서 멈춰선다. 산사의 스님들도 정수기물을 마신다는 메시지가 은연중 전달된다. 광고 촬영은 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다산초당에서 이뤄졌다. 두 광고는 배경 뿐 아니라 접근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웅진코웨이 "신뢰성 테스트"편은 제품설명에 주력한 대표적인 "이성(理性)광고". 웅진코웨이가 내세워 온 "깐깐한 정수기"의 근거가 광고 안에 조목조목 드러난다. 청호나이스는 제품에 관한 얘기는 아예 빼버렸다. 산속의 사찰이 주는 정갈한 느낌을 최대한 부각시켜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한다는 것이 청호나이스의 전략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광고 전쟁. 두 브랜드가 내놓은 "신뢰성 테스트"편과 "산사"편 가운데 소비자들이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 관심거리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