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또다시 강력한 경계경보가 울렸다. 당초 예측과는 달리 미국의 10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지난 93년 11월 이후 9년만에 가장 낮은 79.4로 추락한 것이다. 이는 작년 9·11 테러사태 직후의 84.9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으로 당장 다음주에 있을 미 의회 중간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 소매업계가 연간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올리는 연말 경기에도 찬바람이 불 것 같다. 미국경제의 70% 이상을 지탱하고 있는 소비가 위축되면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경제 역시 사정이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소비자 신뢰지수 발표 직후 한때 급락세를 보였던 뉴욕증시의 주가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달 6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또다시 인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긴 했다. 미 웰스파고 은행의 손성원 부행장 같은 이는 FRB가 연방기금금리(FFR)를 0.5%포인트 이상 대폭 인하할 것이라고까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증시분위기도 취약해 3분기 성장률이나 10월 실업률 등과 같은 경제지표에 따라 주가급락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전문가들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의 정책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점에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당국은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부동산 거품' 등 인플레이션 잠재위험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여전히 금리인하를 주저하고 있다. 엊그제 발표된 일본정부의 디플레이션 방지 종합대책 역시 과감한 부실채권 정리와 은행 회계시스템 개혁과 같은 핵심시책이 빠져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이대로 경기하강세를 방치해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꺼질 경우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 위험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금융완화정책을 더이상 미루지 말고 공동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정책당국과 정치권은 최근의 심상치 않은 세계경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경제안정에 중지를 모아야 마땅하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과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은 이래저래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