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회장(48)이 방한,경제계 총수들과 면담을 갖는 등 활발한 한국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에 도착한 피오리나 회장은 31일 오전 하얏트호텔에서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과 만나 한국 투자 확대방안 등을 논의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신 장관이 HP의 연구개발(R&D)센터 한국 설립을 당부하자 "R&D센터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지재권 보호 정책에 다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이어 하얏트 호텔에서 전경련 한국벤처기업협회 한국CEO포럼이 함께 마련한 오찬모임에서 강연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의장과 신윤식 하나로통신 회장 등 6백여명이 참석한 이 모임에서 피오리나 회장은 "불확실한 시대에는 기업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가 경영전략이나 수익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만났고 저녁에는 구본무 LG 회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한국HP 최준근 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열린 회동에서 최 회장과 피오리나 회장은 무선인터넷 분야가 향후 정보통신 산업을 주도해갈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이 분야에서의 양사간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과의 만찬에선 IT 사업의 협력 확대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흐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이 배석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1일에는 승지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오찬 모임을 갖고 양사간 협력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다. 두 사람은 IT업계의 회복을 주도하기 위해 차세대 디지털 제품과 핵심부품 기술개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의 리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로 불리는 피오리나 회장은 스탠퍼드와 MIT를 거쳐 AT&T에서 20여년간 근무했다. 루슨트테크놀로지 글로벌서비스부문 사장을 거쳐 지난 99년 HP 최초의 여성 CEO로 화려하게 입성했다. 지난 5월에는 컴팩과의 합병을 성공리에 마무리지어 HP를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로 키워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