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한국의 인간개발지수는 1백73개국 중 27위지만 여성의 정치ㆍ경제 활동과 정책결정 참여도 등으로 산정하는 여성권한척도는 66개국 중 61위다. 1인당 국민소득 평균수명 교육수준 등으로 산정하는 인간개발지수가 상위권인데도 여성권한지수가 꼴찌나 다름 없는 건 지수 산정의 근거가 되는 여성의 의회진출 및 행정관리직 비율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 국회의원의 경우 스웨덴은 42.7%나 되고 독일 31%,중국 21.8%인 반면 한국은 세계 평균(14%)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5.9%다. 여성공무원 또한 1990년 24.2%에서 2000년 31.5%로 늘어났지만 교육직이 절반 이상으로 일반직은 22.4%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하위직에 치우쳐 6급 이하는 25.0%지만 5급은 4.3%, 4급은 2.5%, 1∼2급은 1.4%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무원 시험 때 직급 구분없이 남녀 모두 30% 정도의 채용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이에 미달되면 하한점 안에서 추가합격시키는 '양성 평등 채용목표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96년부터 실시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가 연말로 끝나는데다 2000년 군가산점을 폐지한 뒤 9급 일부 직종에서 여성합격률이 70%를 웃도는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5∼9급 모두 성별 채용목표를 30%로 하면 99년 이후 20%에 머물던 여성의 5급 채용 비율은 늘어난다. 그러나 무조건 30%를 뽑는 게 아니고 일정점수 이상을 얻은 사람에 한해 추가합격시키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론 5급보다는 점수차가 적게 나는 8∼9급에 적용될 확률이 높다. 남성 지원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성평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그러자면 어느 쪽에도 편파적이 되지 않도록 직급별 하한점 책정 등 세부 시행지침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등이란 법과 제도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남녀가 함께 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려면 성(性)에 관계 없이 능력을 인정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