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광고인"이 있어 화제다. 귀뚜라미보일러 CF에서 "거꾸로,거꾸로"를 외치는 경비아저씨,세콤 CF에서 "심형래식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친 정신없는 도둑은 동일 인물. 그것도 전문배우가 아닌 광고 스텝이다. 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오경수 차장(36)은 자신이 만든 광고에 직접 출연하는 "괴짜"로 유명하다. 그가 출연한 광고는 줄잡아 20편. 해찬들 태양초고추장 아나기 등 다양한 광고에서 감초 같은 조연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귀뚜라미보일러 세콤 등의 광고에서 아예 주연으로 나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 광고를 제작할 당시 수위역에 적합한 모델로 물망에 오른 사람은 탤런트 임현식씨. 하지만 신선한 마스크가 낫겠다는 제작진의 판단에 따라 CF 주연이 오차장으로 바뀌었다. 세콤 광고의 경우도 비슷하다. 널리 알려진 배우를 도둑역으로 기용할 경우 광고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 제작진이 오차장을 모델로 기용했다. 원래 탤런트 노주현씨(태평스럽게 잠을 자는 주인 역)의 비중이 큰 CF였는데 편집을 끝내고 보니 오차장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촬영 후 노주현씨가 "알고 보니 내가 주연이 아니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오차장이 광고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광고주 앞에서 새 광고의 컨셉트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연기를 하다 보니 "애써 새 모델을 기용할 필요 없이 당신이 직접 나서는게 낫겠다"는 말을 듣게 된 것. 그때부터 자신의 캐릭터에 맞겠다 싶은 역을 직접 맡다 보니 출연작이 중견 탤런트 뺨칠 정도로 많아졌다. 오차장에 대해 주변에서는 "끼를 타고났다"고 말한다. 지금도 제일기획 사내 모임에서 사회를 맡길 일이 생기면 무조건 오차장을 찾는다. 오차장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회자 역할을 도맡아 왔다"며 "횟수가 거듭되다 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사회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오차장은 사람들이 자기를 "광고인"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광고모델로도 중견 탤런트 못지않게 얼굴이 알려졌지만 본업은 광고 제작이라는 것. 실제로 광고 설계와 디자인을 담당하는 "아트디렉터"로서 오차장의 능력은 제일기획 내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힌다. 오차장은 지난해 대한민국광고대상 창작부문 대상을 받았다. 올해 7월에는 스위스광고제에서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는 "간간이 CF에 출연해달라는 청탁이 들어오지만 모두 거절한다"며 "내가 맡은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 캐릭터에 딱 맞겠다 싶을 때만 모델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광고의 자유로움이 좋아 광고계에서 뛰어든지 8년째.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젊은이다운 호기를 발휘하곤 한다. 얼마전에는 오토바이로 전국을 일주하고 돌아왔다. 오차장은 "가끔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일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하며 "악의 없을 것 같은 도둑"처럼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