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통신 4사가 3천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 조성을 비롯 연내 1조8천억원을 투자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불안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통신사업자들의 투자축소까지 겹칠 경우 국내 IT산업이 자칫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통신 4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곤 하지만 추진과정을 보면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 적지않다. 전체 1조8천억원중 1조3천억원 정도는 각 사업자가 당초 내년에 투자할 것을 연내로 앞당겨 집행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번 투자계획의 핵심은 공동 투자펀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이상철 정통부장관이 여러차례 공언해 왔던 사안으로 그동안 IT산업의 성장과정에서 통신사업자들의 선행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것이 통신업체들의 이익금을 요금인하보다 투자펀드 조성쪽으로 유도한다는 정통부 입장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장관의 이런 인식엔 물론 그 나름의 논리가 있다. 세계적인 IT산업 침체를 감안하면 통신업체의 수익을 모두 소비자에게 돌리는 것보다 투자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과제다. 하지만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적지않은 무리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원래 1조원 규모의 투자펀드가 3천억원으로 줄어든 것도 업계의 반발이 없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만에 하나 각종 규제권한을 이용한 정부의 압력때문에 투자합의가 나왔다면 그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요금 투자 마케팅 등 기업이 결정할 모든 것을 정부가 좌지우지한다는 인상을 대내외적으로 심어준다면 이것이야말로 통신산업 발전을 결정적으로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통신 4사의 공동 투자펀드는 앞으로 철저히 민간자율로 운영돼야 마땅하다. 이것마저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으로 간여한다면 그것은 선행투자가 아니라 투자왜곡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