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데 앞장서 왔다. EU는 1993년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저작권자의 사후 70년간으로 대폭 확대했고 미국 의회도 98년 '소니보노 저작권연장법'을 제정,저작권 보호기간을 과거에 비해 20년 더 늘렸다. EU는 이것도 모자라 저작권 보호기간을 더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2건의 큰 사건이 발생,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려는 강대국의 방침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 9일 미 대법원은 '소니보노 저작권연장법'의 폐기소송 청문회를 열었다. 이어 11일에는 대만정부가 저작권 보호기간을 20년 연장하라는 미국정부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지금으로서는 미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대법관들은 6백쪽에 달하는 저작권 연장 옹호론자들의 답변서에도 불구하고,이 법이 헌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법에 대한 대법원의 회의론에 편승,저작권 연장에 대한 부정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 의회가 이 법을 제정했을 때,당시 신경제정책포럼의 패널리스트였던 리처드 엡스타인 박사는 "이 법으로 인해 미키 마우스와 같은 대중의 재산이 월트디즈니와 같은 이익집단에 넘어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원래 월트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소유권은 2003년에 종료되도록 돼 있었으나,이 법으로 인해 소유권이 2023년까지 연장됐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시한 17명의 경제학자들은 대법원에 제출한 소송취지서에서 기존의 저작권보호 기간도 너무 길다며 보호기간을 20년 연장한 이 법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키 마우스와 같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공공의 재산처럼 돼버린 무형재산에 대한 독점권을 한 기업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주면 사회전체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 최대 반도체메이커인 인텔도 이 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의 서한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이 의회가 만든 법에 타격을 가하기란 결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동안 저작권 보호와 관련,여러 차례 제한을 가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소니보노 저작권연장법에 일부 제한을 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대만이 미국측의 저작권보호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한 것은 현재 미 대법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과는 좀 다르다. 그 어떤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만도 국내 저작권보호법에 맞게 저작권 보호정책을 펼칠 자유가 있다. 현재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가 없기 때문에 대만정부가 미국측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백번 옳은 일이다. 미국 정부의 요청을 일축한 대만의 용기는 다른 나라들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 대법원이 소니보노 저작권연장법에 대해 제한을 가할 경우 미국 정부는 저작권보호연장 요구를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에 보복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워진다. 저작권이 혁신과 성장의 밑거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강대국의 일방적인 저작권보호 강화정책은 옳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모든 일은 균형있게 처리돼야 한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로렌스 레시그 미국 스탠퍼드대 법대 교수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Time to end the race for ever-longer copyright'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