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학업계가 한국의 전자 및 정보기술(IT) 업체 잡기 경쟁에 나섰다. 한국이 전자 IT 등 첨단 전자산업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관련 소재 및 재료 분야의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특히 듀폰 스미토모화학 등 세계 유수 화학업체들이 이 대열에 뛰어들면서 한국 전자메이커들을 둘러싼 화학업체들의 경쟁은 국제전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다국적 기업의 본격 진출=세계 최대 화학업체인 듀폰의 채드 홀리데이 회장은 최근 서울을 방문,삼성전자와 LG전자를 잇따라 방문했다. 유기EL을 비롯해 휴대폰용 소재의 장기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듀폰은 회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나일론 사업부문을 내년중 분사시키고 정보통신 소재분야를 향후 주력사업부문으로 확정한 터. 한국에서 반도체 연마재인 CMP슬러리와 컬러필터 등 FPD용 재료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은 듀폰의 미래사업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돼버렸다. 세계 최대 LCD액정업체인 독일 머크사는 최근 평택에 액정생산공장과 기술개발센터를 설립,가동에 들어갔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은 동우화인켐과 합작으로 동우에스티아이를 설립,경기도 평택에 LCD용 컬러필터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국내업계,정보전자소재 중심으로 재편=LG화학의 경우 2차전지와 LCD편광판 등 전자정보 소재사업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 사업의 매출도 올해 4천2백억원에서 내년 6천9백억원으로 늘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이 부문의 비중도 8%에서 12%로 높아질 전망이다. 제일모직도 직물부문의 매출비중이 올해 7%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반도체 봉지재인 EMC와 TFT-LCD 백라이트프레임 수지,반도체 연마재인 CMP슬러리 등 전자소재의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는 이 부문의 매출을 지난해 4백억원에서 2005년까지 4천2백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매출비중이 16%까지 높아지게 된다. 한화종합화학도 최근 미국의 벤처플라즈마이온사로부터 유기EL기판용 ITO코팅글래스 기술 및 장비도입을 마치고 곧 시생산에 들어간다. 코오롱도 화섬부문의 매출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춰가는 대신 반도체 리드프레임과 PCB 기판 소재로 쓰이는 감광성 고분자 필름(DFR)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SK케미칼도 EMC와 PCB(인쇄회로기판)용 소재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