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효과'(Wal-mart effect)란 신조어가 있다. 할인점 월마트가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생필품 물가가 10% 이상 떨어지는 등 월마트가 미국인들의 소비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미국경제나 산업계에 미치는 월마트의 영향력도 엄청나다. 지난 90년대 미국경제를 이끈 60여개 산업분야중 소매업의 기여도가 가장 컸는데 여기서도 월마트는 큰 몫을 담당했다. 월마트 효과는 미국 영토를 뛰어넘어 지구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확장계획에는 월마트의 야망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월마트의 2001 회계연도 매출은 2백29조원(1천9백10억달러)이나 된다. 이런 '유통 공룡' 월마트가 내년엔 미주 유럽 아시아 등지의 10개국에 4백65개 점포를 신설,5천개 가까운 점포망을 갖추기로 했다. 초강수의 공격전략이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도 이미 월마트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월마트는 중국 북쪽의 다롄과 남쪽의 선전 등 연안도시를 중심으로 내년말까지 1백개 점포망을 갖출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유통업계 4위 기업인 세이유를 사실상 인수,한꺼번에 2백여개의 점포를 확보했다. 이런 월마트가 유독 한국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마트를 비롯한 토종 할인점들이 점포 지을 땅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경영난에 빠진 유통업체 점포들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도 마땅찮다. 점포 입지나 형태가 좋지 않거나 점포수가 적은 까닭이다. 이마트가 한국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깎아내리기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마트가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전국의 길목 상권을 선점해놓지 않았다면 지금 월마트나 까르푸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세계적인 유통업체가 한국에 들어오면 그 나라 산업과 문화도 함께 들어오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파장과 영향력이 제조업체의 경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 산업의 상당 부분이 이들에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우리 할인점들도 포화상태에 근접한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길 기대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