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7월11일 여의도 LG트윈타워 31층 영상회의실.


미국 영국 스웨덴 등 3개국 5개사에서 온 30여 경영자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강사는 LG전자 창원공장 경영혁신팀장인 최경석 상무.


질의응답이 이어졌고 가끔씩 감탄사도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LG그룹의 6시그마(sigma) 경영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LG케이스데이'.


이들은 96년부터 6시그마운동을 벌여 국가적인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매년 20% 이상의 매출액 신장률을 보인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의 사례를 소개할 땐 "비결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줄 수 없느냐"고 조르기까지 했다.


도입 7년이 채 안되는 6시그마 경영혁신운동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품질 선진 기업들이 역(逆)벤치마킹을 해오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 50년대 미국인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조셉 주란과 에드워즈 데밍 등 미국 교수들의 이론을 받아들여 국가적 품질 운동으로 승화시킨 뒤 전세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던 일본 기업들의 사례가 중첩돼 오는 대목이다.


읽기조차 헷갈리던 6시그마는 기업 사회에선 이제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지난 96년 LG전자 삼성SDI 등이 미국 GE사를 벤치마킹해 국내에 도입한 이후 제조업은 물론 유통 금융 서비스 공기업 등 전산업분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02년 현재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을 합쳐 2백개 이상의 업체가 6시그마를 전사적 경영혁신운동으로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6시그마가 우리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밝혀주는 지표로 뿌리내린 셈이다.


6시그마 이처럼 빠른 속도로 정착되고 있는 것은 이제까지의 품질, 경영혁신 운동을 집대성하고 총망라한 경영혁신도구이기 때문이다.


통계적 품질관리, 무결함운동, 프로세스혁신(BPR), 고객만족(CS), 지식경영 등 20세기 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경영혁신운동들이 6시그마로 모두 통합됐다.


생산현장이나 대고객부서 등 일부 부서나 부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사적 시각의 혁신도구인 만큼 총체적 운동으로 활용되기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전통적 품질관리는 생산현장에서 불량을 최소화하는 주목표였지만 6시그마는 회사내 전부문에서 불량이나 고객불만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6시그마가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4월말 기준으로 조사할 당시 LG 삼성 현대차 등 주요 13개 대기업이 6시그마운동을 통해 거둔 비용절감효과가 3조2천9백14억원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비용이 대부분 고품질 달성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인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인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6시그마센터 배영일 수석연구원은 "6시그마 경영은 기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수단"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의 경영성과는 6시그마 경영의 달성 수준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입하면 좋은 선택 과목이 아니라 도입하지 않으면 도태하고 말 필수 과목이라는 설명이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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