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10일째 파업중인 서부항만 노사 양측에 업무복귀를 명령, 9일 오후 6시(한국시간 10일 오전 11시)부터 서부항만이 일단 제기능을 되찾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부항만 노사는 오는 17일 오후 5시까지 1주일간 조업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서부항만 폐쇄로 미국 경제가 날마다 20억달러 이상 심각한 타격을 입어 국가 안보에까지 위협을 주고 있다"며 사태 중재에 나섰다. ◆ 항만정상화 오래 걸릴듯 =서부항만이 조업에 들어가도 정상 가동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측인 태평양해운협회(PMA)의 조셉 미니아스 회장은 이날 "항만 폐쇄기간 중 적체된 물량을 소화해 내려면 적어도 6주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가 정상근무를 하지 않고 태업으로 일관한다면 항만기능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서부항만노조(ILWU)의 제레미 프릴위츠 대변인은 "조업을 재개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라며 '준법투쟁'을 벌일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진해운 등 국내 해운업체들은 이번 사태로 현재까지 6백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최대선사인 한진해운의 경우 컨테이너선 5척과 제휴선박 등 모두 9척이 서부해안에 묶여 있다. 현대상선도 6천5백개의 컨테이너를 적재한 대형 선박 6척이 하역하지 못한 채 연안에 대기 중이나 입항 날짜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항만폐쇄 재발 가능성 남아 =법원은 강제적인 업무복귀 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날인 16일 공청회를 열어 80일간의 분규 냉각기간(cooling-off)을 부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연방법원이 냉각기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사 양측이 첨단 시스템 도입과 인력 감축에 대해 현격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국 기업의 최대 호황기인 연말연시는 냉각기간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만약 이 기간이 지난 이후까지도 노사 양측이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한다면 파업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피해조사위원회'의 한 위원은 "노사간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 서부항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려면 예상보다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