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 1만4천명의 자원봉사자가 나서고 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태풍 '루사'로 인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본 수해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43만명을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중의 자원봉사자도 1만6천여명이나 됐다. 모두가 '봉사'라는 이름아래 모인 사람들이다. 최근 몇년 사이 우리 국민들의 공동체의식이 높아지면서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것 같다. 국제행사나 재난현장뿐이 아니고 양로원 고아원 병원 사랑의집짓기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어김없이 자원봉사자들이 땀 흘리고 있다. 행정자치부 통계를 보면 전국 2백4개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1백26만명인데 숨어서 일하는 '나홀로'봉사자를 합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를 증명하 듯 자원봉사단체인 '볼런티어21'이 엊그제 20세 이상 성인 남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1년에 한번 이상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은 16.3%로 지난 91년의 5.3%에 비해 무려 3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자신의 재능과 시간,에너지를 아무런 대가 없이 쏟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이다. '자유의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의 볼런터스(voluntas)에서 유래된 '자원봉사자(volunteer)'라는 용어는 17세기 초 영국에서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혼란한 사회를 바로잡아 보겠다며 주민 스스로가 만든 '자경단'이 볼런티어의 시발이었다. 자원봉사는 특히 미국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초기에는 이민자들을 도와주는 일이 주였으나,지금은 연방정부의 재난관리청이 민간봉사단체와 협력하면서 사회 각 분야의 일을 거들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은 자원봉사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는 1903년 YMCA가 창립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으니 1백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이제는 자원봉사자들을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