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잘 지키세요.누리는 삶의 끝은 살아남기 위한 싸움의 시작입니다.' 1852년 미국 정부가 급증하는 동부사람을 이주시키기 위해 인디언 지역을 사들일 때 그곳 추장 시애틀이 당국에 보낸 편지의 한 대목으로 환경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인용되는 문구다. 실제 오늘날 각국은 '누리는 삶'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쓰레기로 골치를 앓는다. 편리하고 위생적이어서 널리 쓰이는 비닐봉투와 종이컵 등 1회용품은 그중 대표적인 것이다. 대부분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썩지 않는데다 태우면 다이옥신 등을 배출하는 탓이다. 자연분해되는데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은 20년,비닐봉투ㆍ1회용기저귀는 1백년, 스티로폼은 5백년이상 걸린다고 한다. 사용을 줄이는 것밖엔 도리가 없는 셈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95년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하고 99년부터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1회용 비닐봉투 유료화,음식점의 종이컵 나무젓가락 제공 금지 등 1회용품 억제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1인당 쓰레기 양이 94년 1.33㎏에서 2000년 0.98㎏으로 줄었다. 그러나 1회용 비닐봉투는 지금도 연간 1백50억장(11만t)이나 버려진다. 쓰레기봉투 속에 평균 4∼5개,많으면 10개 이상 들었고 그 결과 매립물의 60%가 비닐성 쓰레기라고 할 정도다. 결국 지난 6월부터 백화점 등의 비닐봉투 가격을 50원으로 올리고, 7월1일부터는 비닐봉투 분리 수거에 들어갔다. 내년부터는 대형매장 비닐봉투를 쓰레기 봉투로 쓸 수 있도록 '재사용 종량제 봉투'로 바꾸고 컵라면 용기 등도 분리수거하리라 한다. 그런가하면 패스트푸드점과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1회용 컵도 되가져오면 환불해주는 조건으로 유료화한다는 소식이다. 1회용품 줄이기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인 만큼 소비자의 절약의식이 중요한 건 물론이다. '오죽하면' 싶기도 하지만 전분을 이용한 완전분해 용기도 나온다는 마당에 1회용컵 절감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떠넘기는 듯한 건 다소 의아하다. 컵값 부과에 따른 수익금은 사은품 등으로 고객에게 돌려주거나 환경운동 지원에 쓴다니 잘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