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 엄 전 총재가 4일 국회 재경위의 산은에 대한 국감증인으로 나와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 거침없는 증언을 쏟아내자 정치권과 금융계 안팎은 이같은 '돌출'을 두고해석이 구구하다. 그가 현 정권의 홀대에 대해 작심하고 `비수를 뽑았다'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올곧은 성격에서 비롯된 `소신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수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그가 재경부 차관을 거쳐 2000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은 총재로 재직한 뒤 물러나 차관급 관료출신 치고는 변변한 대접을받지 못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가 부실 대기업 지원 등과 관련 정부와 마찰을 빚다가 산은 총재에서 경질된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법무법인 우방비상임고문 등 `이빨 빠진' 자리를 전전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여기에 그가 대북지원설의 한나라당 `주포'인 엄호성 의원과 종친으로 친분이있는데다 지난달 정무위 국감에서 현 정권에 치명적인 `국정원.청와대 보고' 증언으로 한나라당 유착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날 산은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정시에' 나와 현대상선 대출선으로 이근영 금감위원장과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까지 단숨에 거론해여당 의원들을 긴장시켰다. 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유착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공세를 펴며 결정적인물증 확보에 나서기도 했으나 `브레이크 없는' 엄 전 총재를 제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엄 전 총재는 "많은 고민끝에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상의한 적은 있다"며 "상의한 대상에 대해 밝혀야 할 단계가 오면 모두 밝히겠다"고 자신감있게 말했다. 엄 전총재에 대한 정치적 해석과는 달리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짓말을 못하는그의 성격에서 비롯된 소신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가 이날 증언과정에서 `가슴아픈' 서해교전을 거론하고 현대가 금강산 관광대가로 북한으로 보내는 돈이 군비로 쓰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내비친 점도 그의 최근행동을 `신념'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엄 전 총재가 현정권을 겨냥해 비수를 뽑았는 지, `무질서한' 대북사업을 바로 잡기 위해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지에 대한 명확한 평가는 현대상선의 대출관련 의혹과 함께 아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