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룡 < 신흥증권 사장 srji@shs.co.kr > 최근 연일 최저가를 기록하는 증권시장을 보며 위기감마저 느끼게 된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설 등으로 세계경제 전체가 불안하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를 비롯 전세계 증시가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고 그 중에서 펀더멘털이 좋다고 하는 우리 증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바닥이 어디일 것인가를 예측하고 있지만 바닥 예측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사람들은 처음엔 느긋한 자세로 지켜본다. 하지만 주가 하락이 계속돼 어느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공포감 때문에 바닥에 가까운 시점에 주식을 투매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닥이냐,아니냐는 지나간 후에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투매는 대부분 바닥 국면에서 발견된다. 주식을 장기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상승과 하락의 기복이 심한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는 권유하기 어려웠다. 원칙을 지키면서 하는 투자는 더욱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 시중의 유동자금이 3백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자금이 선순환돼 산업자본화된다면 얼마나 바람직할까.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은 부동산투기로 향하고 있다. 저금리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증시로 유입되지 못하고 은행의 계좌에 묶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화 시대에 따른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편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일반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오랫동안 증권시장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도 주가의 흐름에 자신없어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냉정함과 이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 지역의 투자 매력을 언급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가장 밝게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이다. 홍콩에서 밸류 파트너스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저명한 펀드매니저는 가치학파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증권분석'에 나와 있는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홍콩의 항셍지수가 10% 하락한 올해에도 2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스스로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명한 선택을 하고,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음을 범한다"는 그의 말을 기억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