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생명의 스튜어트 솔로몬 사장(53)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한국 마니아'다. 그는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는 1996년 만들어진 '문월회'라는 도자기 동호회에 창립 멤버로 가입,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한국에 대한 정(情)을 키워가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뉴욕토박이지만 우리말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 "문월회엔 사업가 의사 대학교수 등 모두 15명이 회원으로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모여 분청사기 등 도자기 공부를 하거나, 도요지(陶窯址.가마굽던 터)에 함께 답사를 갑니다. 3년 전엔 고구려유적지 답사를 위해 중국에도 다녀왔습니다. 국내에선 전남 강진이나 경주 계룡산 이천 등지에 주로 가곤 했죠." 그는 도자기는 원래 모습을 오래 간직한 채 싫증나지 않는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 도자기는 단순하면서 뭔가 안정감을 준다는 것. 그런 색깔과 형태는 현대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렵다며 입에 침이 마른다. "보험도 오래도록 인기 있어야 좋습니다. 도자기처럼 회사와 상품을 튼튼하게 만들어 고객에게 안정감을 줘야죠." 솔로몬 사장은 또 '서울 해쉬(Seoul hash)'라는 조깅 모임에 빠지지 않는다. 주로 외국인들로 구성된 이 모임에 그는 96년 가입해 회장까지 역임했다. 모임 회원들은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곳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달린다. 얼마 전엔 상암동 난지도 주변을 뛰었다. "쓰레기 더미가 그렇게 빼어난 경관으로 바뀌다니, 난지도는 정말 자랑할 만한 코스입니다. 옥수동 시흥 문산 오산 등도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한국의 곳곳을 알게 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조깅이 끝나고 나서 맥주 한잔 걸치면 스트레스 푸는 데도 제격입니다." 한국 문화와 전통 얘기가 나오자 그는 음식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깨죽 홍어 곱창 삼계탕 등등 좋아하는 음식을 줄줄이 나열했다. 특히 콩비지를 맛있게 먹는다고. "단돈 5천원이면 맛있는 한식으로 민생고를 해결 수 있습니다. 양식은 맛없고 비싸고 괜히 집생각만 나게 합니다. 한국 요리는 손맛이 있어 좋습니다." 옛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한 때문인지 그는 경영에서도 '천천히, 꾸준히(Slow & Steady)'를 강조한다. 금융회사 등 기업들이 요즘 스피드 경영을 중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경영스타일이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러면서도 지속적인 변화와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원칙을 무시하고 빠르게 가는 길보다 원칙에 바탕을 두고 신중하게 정도를 걷는 경영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그의 이런 철학을 잘 믿고 따라준다면 천천히 가더라도 현재 생보업계 10위권 수준인 메트라이프생명이 5년 내에 빅5에 진입할 수 있다고 그는 자신한다. 71년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파견돼 한국과 인연을 맺은 솔로몬 사장은 외환은행 뉴욕지사에서 16년간 근무하며 한국과의 관계를 견고히 쌓았다. 95년 코오롱메트생명(메트라이프생명의 전신)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한국생활을 시작했고 작년 6월 사장에 취임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