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갑작스레 터져나온 '대북 비밀지원설'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다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이 끊길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임 노정익 사장은 최근 17명의 임원들을 내보내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대북 비밀지원설'이 불거지면서 현대상선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져 향후 자금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0월중 들어올 예정인 자동차선단 매각대금 13억달러(1조6천억원 상당)를 채권단이 모두 가져갈 경우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나 금융권 부채를 제때 상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 측은 매각대금중 3천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대북지원설로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 2000년 4천9백억원의 운영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뭉칫돈을 대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상선의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채권단의 긴급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선측은 올들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보증 등을 통해 두차례에 걸쳐 2천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여기에다 매년 1천5백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던 자동차선단이 분리되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도 마땅찮다. 최근 컨테이너 해운경기가 다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겨우 영업이익을 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선이 상반기에 1천8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은 자동차선단 영업 호조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동차선단 인수금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외환 씨티 등과 함께 자동차선단을 인수하는 해외 합작법인에 9억달러의 인수금융을 주선할 계획이지만 대북 자금지원 의혹이 터져 다른 은행들이 적극 참여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수금융은 9억달러중 3억달러는 씨티은행 주관으로 해외에서,5억달러는 산업 외환은행이 공동으로 국내에서 조달하고 운영자금 1억달러는 씨티 등 3개 은행이 공동으로 지원할 예정이었다. 채권단 일각에선 정몽헌 회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해외로 나가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병석·조일훈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