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이 무차별적인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는 등 '황제식' 경영이 다시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이와관련,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전근대적인 발상인 동시에 개혁의 후퇴라면서 구체적인 실태파악에 나섰다. 25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전자계열사 사장단에 이어 다음달중 금융사장단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참석자는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캐피탈.삼성투신운용.삼성벤처투자 사장 등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금융 계열사에 이사직을 갖고 있지 않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이 회장이 이사직으로 등재돼 있는 계열사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삼성코닝.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제일모직.SJC 등 10개사 뿐이다. 삼성구조정본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전자와 금융 사장단회의 외에 화학계열과 제일모직.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등 기타계열을 합한 사장단회의도 개최할 것으로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회장이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회장이 각 계열사의 주주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오히려 회사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LG 구본무 회장은 매월 원칙적으로 30여개 계열사의 임원 300여명이 참여하는사장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CI, LGEI, LG칼텍스정유, LG카드, LG경영개발원 등에 대해서만 등기이사직을 갖고 있으나 LG전자,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은 갖고 있지않다. 이와함께 LG화학, LG전자, LGCNS 등 3개사 인사 및 R&D담당 임원은 10월에 공동면접을 통해 계열사에서 필요한 해외우수인력 2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이와관련, LG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구 회장 사장단회의는 경영흐름에 대해 공부하는 세미나식 성격이 강한 만큼 황제식 경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공동채용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그룹채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독립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재벌총수들의 이런 전근대적 모습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것"이라면서 "다시 외환위기 이전의 `오너경영' 체제로 되돌아가는게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해당 구조조정본부에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지난 봄에 이어 다시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