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이 우여곡절을 거쳐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정부는 최근 서울은행에 이어 대한생명 매각을 성사시킴으로써 금융 구조조정의 두가지 난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성과를 올리게 됐다. 하이닉스반도체와 현투증권 등 아직 미해결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들 기업은 마땅한 원매자가 없는 상태여서 현 정부 임기내 처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남은 관심사는 한화가 대한생명을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경영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놓을 것인가에 모아진다. ◆조기 경영정상화에 주력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조기에 경영 정상화한 뒤 증권 투신운용 파이낸스 등 계열 금융회사와 함께 '종합금융 서비스'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본계약과 정산이 끝나는 다음달 중순무렵 임원진을 대생으로 파견해 본격적인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로는 보험감독원장과 국민은행장을 역임한 박종석 그룹부회장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지낸 진영욱 한화증권 사장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한화는 이와 함께 외부 전문가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7월 방미 당시 현지 보험분야 전문경영인들에게 의사를 타진하는등 영입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화측은 밝혔다. 한화는 그러나 주요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대생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업무의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할 방침이다. ◆컨소시엄 파트너도 적극 활용 한화는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했던 외국계 금융기관의 노하우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리스 및 소매금융 최대기업인 오릭스,변액보험 및 자산운용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호주의 맥커리 등 파트너들과 함께 선진경영을 펼친다는 복안이다. 한화는 장기적으로 투자은행을 지향하고 있다. '방카슈랑스'의 도입으로 은행과 보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 맞춰 종합금융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한화 구조조정본부 이명섭 이사는 "현재는 보험업만을 하게 되어 있지만 금융기관간 벽이 허물어지는 추세여서 장기적으로는 투자은행으로 변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판도 바뀔 듯 한화의 대생 인수는 생·손보업계 판도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한생명은 지난 4∼7월중 2조9천9백67억원(시장점유율 19.5%)의 수입보험료를 기록,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총자산 규모면에선 26조3천억원으로 교보생명에 이어 3위에 올라있는 등 대한생명과 교보생명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생명은 그동안 개인영업에 강세를 보여온 반면 교보생명은 전통적으로 법인영업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대한생명이 한화로 인수되면 법인영업이 강해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체보험이나 퇴직보험 등 법인영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8월부터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금융권별 장벽이 사라지기 때문에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는 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대한생명측은 "대주주가 한화로 바뀌더라도 보험계약이 모두 유지되는 만큼 가입자들의 만기 보험금 지급 등에는 일체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정태웅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