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 예쓰월드 대표이사 sylee@yess.co.kr >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중략)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아버지는 누구인가'란 글의 일부 내용이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작가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킨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다음 해에 외환위기가 터졌고 이의 영향으로 그 후 수년간 직장을 구하거나 사업을 시작하기가 힘든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당시 필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다. 귀국 초 아이들은 한국 학교에 재입학하여 다니고 필자는 며칠간 집에서 보냈었다. 그런데 어느날 집사람이 "아이들이 '아빠,왜 회사에 안 가느냐'고 물으면서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고 그 다음날부터는 무조건 아침에 집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새삼 이러한 기억이 나는 것은 필자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가장 크게 느꼈던 때였기 때문인 듯 하다. 이러한 책이나 글들이 1980년대 이전에 나왔다면 아마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중년 세대들이 자랄 때는 책에서든 대중가요에서든 항상 듣던 것이 어머니에 대한 얘기였다. 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인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는 항상 약자였고 아버지와 자식들이 먹은 후 밥상을 물려받아 남은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자신을 위해서는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는 법이 없었던 어머니에게 많은 연민과 사랑의 마음으로 어머니를 노래했던 것 같다. 우리 나라의 어머니는 늘 숭고한 자기 희생의 모범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버지에 대한 얘기들이 사회에 큰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는 가정에서의 중심점이 아버지에서 어머니로 옮겨지고 있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이사를 할 때,집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아이들의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등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 어머니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아버지는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경향이 높아지고 집안의 CFO(최고재무관리자)도 어머니 몫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계에 대한 책임은 여전하고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권한(?)은 여지없이 허물어진 오늘날의 아버지에게 자식들이,그리고 사회가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산물인지도 모른다. 또한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는 IMF 이후 보장되지 않는 직장 생활,퇴직 시 적절한 생계수단 찾기의 어려움 등으로 더욱 움츠러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