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은 어제 각각 경의선과 동해선, 그리고 주변도로를 연결하는 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실로 분단 50여년만에 비무장지대로 잘린 한반도의 허리를 다시 잇는 역사적인 일이다. 이를 계기로 남북한간 교류와 협력이 증대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차 북한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될 경우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길이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공사가 갖는 의의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사가 과연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남북한간 합의사항들이 실행 단계에서 하나같이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의선을 연결하기로 북한측과 합의한 뒤 착공식을 갖기까지 무려 1년이나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공까지 또 얼마나 긴 시일이 걸릴지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설사 공사가 예정대로 준공된다 해도 북한이 얼마나 강한 개혁·개방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점과 앞으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철도효용이 달라질 것 또한 자명하다. 북한당국은 대외관계 개선노력이 성과를 거두려면 먼저 대량 살상무기 개발·확산에 대한 미국의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새로운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일 정상회담에 때맞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이 북·일 정상회담에서 예상외로 일본인 납북사실을 솔직히 시인·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를 연장하는 등 북·일 관계정상화를 바라는 강한 의사표시를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미국의 대북 의혹이 풀리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북한 당국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국제기구로부터 핵사찰을 받고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국의 의혹을 해소할 수 없으며, 미국의 인식변화 없이는 북한의 개혁·개방 노력이 결실을 맺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에 북한특사 조기파견을 권유하는 등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북한측에 이 점을 적시해야 마땅하다. 최근 내부적으로 대폭적인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한 북한당국이 대외관계에서 더욱 전향적인 자세를 확고히 해주기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