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DNA, 단백질 외의 주요 생명현상조절 인자로 새롭게 떠오르는 `마이크로RNA(microRNA)' 생성 과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서울대 `BK21 생명과학인력양성사업단'의 김빛내리(여.33) 교수팀은 17일 `마이크로RNA'가 세포 내에서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저명 과학잡지인 엠보저널 9월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RNA는 세포 기능을 제어하는 조절물질의 하나로, 지난 93년 처음 발견됐을 당시 선충(線蟲)에서만 일어나는 특이 생명현상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모든 동물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전세계 생명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마이크로RNA의 기능이 밝혀지면,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지 않는 수많은 유전체가 왜 존재하고, 인간의 유전자수가 왜 3만∼4만개에 불과한가 등 생명현상에 관한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마이크로RNA는 세포 내에서 긴 전구체(前驅體.어떤 물질에 선행하는 물질) 형태로 합성되고, 핵에서 1단계 변형을 거친 뒤 세포질로 이동하며, 세포질 내에서 2단계 변형을 거쳐 그 기능을 수행한다. 이 연구팀은 앞으로 마이크로RNA를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기능유전체학 연구에는 물론이고 새로운 유전자치료 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RNA의 조절 기능이 밝혀지면서 DNA와 단백질만이 생명현상의 주요 인자라는 통설이 깨졌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소규모 국내 연구팀이 짧은 기간 안에 독자적으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해 귀국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재직 당시 `세포의 자체 품질검사 과정'을 처음으로 밝힌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네이처리뷰, 엠보 등 세계 유명 저널에 잇따라 게재해 주목을 받았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