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종이가 사라지는 날을 상상할 수 있을까. 결재서류와 각종 업무관련 자료는 물론 메모장조차 사무실 책상에서 사라지고 디지털기기 하나로 일상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 풍경은 아직까지 공상과학영화에나 이따금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세상이 의외로 빨리 실현될 것같다. HP 레전드 에이서 등 세계적 PC제조업체들이 오는 11월 태블릿 PC를 일제히 출시하기 때문이다. 포스트PC군의 하나인 태블릿 PC의 등장은 새로운 디지털 혁명의 출발점이라는 게 정보기술(IT)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디지털화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필기 습관을 기존 PC환경 안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태블릿 PC란 노트북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문자와 음성인식이 가능한 차세대 PC다. 따라서 태블릿 PC가 일반화되면 사무실에서나 바깥에서 전자팬으로 메모하는 광경이 보편화될 것이다. 업무효율 증대는 물론 업무습관이 바뀌게 된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 롭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은 "3∼5년 후엔 태블릿 PC가 휴대폰처럼 사회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MS의 태블릿 PC용 운영체제(OS) 발표회는 이런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로 비쳐지기도 했다. 서기 105년 한나라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중국의 심장부에서 종이를 밀어낼 디지털기기를 구동시키는 OS가 발표된 것도 공교로운 일이었고,무엇보다 채륜의 후손들인 중국인들의 관심이 의외로 컸다는 점에서다. 세계적 PC제조업체들이 태블릿 PC에 거는 기대는 생각 이상이다. 일본 후지쓰의 에벌린 앙 마케팅매니저는 "이동성은 물론 편리성에 힘입어 태블릿 PC가 노트북은 물론 데스크톱 PC까지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의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태블릿 PC는 침체에 빠져 있는 세계 PC업계에 적잖은 활력소가 될 것이다. 아무튼 태블릿 PC가 앞으로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기대된다. 베이징=박영태 산업부 IT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