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원들이 실수를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초 문을 연 영국계 보험회사 PCA라이프의 마이크 비숍 사장은 '내 방은 늘 열려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언어 장벽과 강한 위계질서, 실수를 겁내는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어서다. 처음엔 직원들이 찾아오면 언제라도 1 대 1로 차를 마시겠다며 'CEO 리스닝 티 타임'을 제안했다. 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자 금요일 저녁마다 모여서 맥주를 마시는 '디너 타임'을 추가했다. "언어장벽도 이유겠죠. 하지만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의 조직문화가 상사 앞에서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면 상사에게 찍히거나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생각하나 봐요. 대화가 단절되면 안되는데 말이죠." 그는 이 모든 것을 "확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력 20여년의 금융업 베테랑인 비숍 사장은 사실 노력할 것이 많다. 삼성.교보.대한생명 3개사가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80%를 틀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경쟁사가 17개나 더 있다. 본사인 프루덴셜은 1848년 설립된 영국 최대 보험회사지만 국내에는 지난해 영풍생명을 인수, 늦깎이로 들어왔다. 점유율은 최하위권인 0.1%에 머물러 있고 낮은 브랜드 인지도도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875년에 상호를 빌려 줬던 미국 '푸르덴셜(국내에선 혼동을 막기 위해 미국 회사는 푸르덴셜, 영국 회사는 프루덴셜로 표기)'이 국내에 먼저 진출한 까닭에 '프루덴셜'이라는 유명한 이름대신 PCA라이프로 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숍 사장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너무나도 작은 사이즈와 낮은 인지도가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치고 받는 시장에 왜 들어 왔을까.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큰 보험시장입니다. 아시아에선 두번째이고요. 사람들은 앞으로 보험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될 거고 내년부터 도입되는 방카슈랑스와 현재 진행중인 유통 채널의 변화는 보험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본사가 1백54년간 다듬어온 종합금융서비스 노하우와 지급여력 6천%가 넘는 탄탄한 재무구조 덕분에 PCA라이프가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PCA라이프는 내년 2월 시작될 방카슈랑스에 대비, 현재 국내 은행 몇 곳과 제휴 협상을 하고 있으며 투신운용회사 'PCA ITMC(가칭)'도 설립 예비 허가를 받아놨다. "물론 5년이 지난다 해도 우리가 눈에 띄게 점유율을 높이기는 불가능할 거예요. 생보란 투자가 많아서 단기간에 순익을 낼 수 있는 사업도 아니죠. 우리의 목표는 다만 지속적이고 건실한 성장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PCA라이프의 계획은 장기적이다. 장장 25년간 수확보다 투자를 우선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들어오기까지 5년간 이 시장을 분석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이미 크지만 성장 여력이 충분한 만큼 앞으로 25년간은 투자할 자세를 갖고 있어요." 비숍 사장은 "지금은 외적 성장보다는 철저한 직원 트레이닝을 통해 유통 채널을 다양하게 정비하고 괜찮은 상품을 구비하는데 전력을 쏟 할 때"라고 말했다. PCA라이프는 영풍생명이 거느렸던 1백70명의 영업사원을 재교육해 전문성을 높인 '파이낸스 컨설턴트'로 탈바꿈시켰고 이달중 30여명으로 텔레마케팅 조직도 발족시킬 계획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익을 내는 성장(Profitable Growth)입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우선 열심히 기초부터 닦아야겠죠."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