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 출연금 논란이 한창이다. 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비 충당을 위해 통신업체로부터 받는 출연금과 관련,SK텔레콤이 터무니없는 매출액 예상치를 근거로 최근 5년간 무려 1천1백57억원을 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SK텔레콤은 지난 2001년 예상 매출액을 2조3천억원이라고 신고해 이의 1%인 2백30억원의 출연금을 냈지만 실제 지난해 매출액은 6조2천억원에 달했다. 결국 지난해에만 SK텔레콤이 3백90억원을 덜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SK텔레콤의 도덕성 문제 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한 정부와의 '공생관계'에 대한 비난까지 나올 만하다. 그러나 이렇게만 볼 일도 아니다. 우선 당사자 모두 할 말이 있다. 정통부는 "당해연도에 필요한 연구자금을 미리 정해놓고 기간통신 사업자들에게 적정액을 분배하기 때문에 추정 매출액이 그다지 중요한 변수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또 민간기업인 SK텔레콤 입장에서 제도가 허용하는 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통부의 시스템이다. 이전까지 출연금 제도는 이원화돼 있었다. SK텔레콤 KT 등 1992년 이전부터 사업을 했던 기간통신사들은 매년 추정 매출액을 제시하고 정부는 자의적으로 이의 일부를 출연금으로 내게 했다. 반면 92년 이후 허가를 받은 후발업체들은 전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납부토록 했다. 당시 후발 업체들의 매출액이 미미한 상황에서 정부의 자체 판단으로 기간통신 업체들에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제도는 연구개발비 조달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90년대 후반부터 후발 업체들의 매출액이 늘어남에 따라 반드시 일정액을 부담해야 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내게 된 것이다. 공기업이었던 KT는 비교적 성실하게 추정 매출액을 신고했지만 사기업인 SK텔레콤의 입장에서 '공익적 의무'나 '도덕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정통부는 그러나 이 제도를 끈질기게 유지하다 지난 5월에야 문제점을 고쳤다. 결국 정통부는 후발업체를 지원해 공정한 경쟁여건을 만들겠다는 정책의 순수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o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