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에 학생을 보낸 학부모들은 교육비를 이중으로 부담한다. 비싼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금을 통해 국립대학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비용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불공평하게 국립대를 만들어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가? 경제학은 '외부경제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한 개인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행한 행위가 자신뿐 아니라 외부사람들에게도 이득을 줄 때 외부경제성이 있다고 규정한다. 학생이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한다면,이는 학생 본인에게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우리 국가 혹은 사회에도 이득을 주게 된다. 이렇게 사회 전체에 이득을 주는 대학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교육을 직접 받는 학생에게만 부담시킨다면 대학을 가려는 학생의 수는 감소할 것이고,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교육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재정으로 부담해 대학교육의 확대에서 오는 이득을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의도에서 국립대학을 세우고 또 운영 예산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면 사립대학은 무엇인가? 사립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교육에 뜻을 둔 개인들이 재단을 형성해 학교를 세우고,재단 전입금 기부금 또는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립대도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외부경제성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사립대의 졸업생도 국립대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에 이득을 가져다 준다. 교육부의 자료에 의하면 국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01년을 기준으로 7백70만원이고,그 중 학생이 내는 등록금은 2백30만원뿐이다. 나머지 5백40만원은 국고 또는 사회적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백50만원이며 등록금은 5백만원이다. 국고 또는 재단전입을 포함한 기부금이 1인당 50만원에 불과하다. 경제이론이 말하는 바와 같이 외부경제성이 대학에 대한 국가 또는 사회적 지원 이유라고 본다면,개인이 지불하는 등록금을 초과하는 교육비가 학생 1인당 사회에 기여하는 외부경제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의 외부경제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액의 정도를 계산해 보면,국립대 학생들의 외부경제성에 대한 지원은 그들이 누리는 교육비의 약 70%가 되고,사립대 학생들의 경우는 10%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사립대 졸업생의 대국가 또는 대사회 기여도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불공평한 수치는 국립대생의 외부경제성을 과대평가했거나,아니면 사립대생의 외부경제성이 위의 수치보다는 높으나 국가예산제약 때문에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크게 삭감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이를 수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과대평가됐을 수도 있는 국립대 학생들의 외부경제성을 감안해 국립대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리는 일이다. 다음으로 그렇게 해서 얻게 될 수 있는 예산상의 여유는 사립대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면 될 것이다. 만일 국립대 학생들의 외부경제성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고 사립대 학생들의 외부경제성이 과소평가된 것이라면,정부는 다른 예산을 감축시켜서라도 사립대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2중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립대 학부모들의 불만을 식혀줄 수 있을 것이다. 사립대에 대한 지원 확대는 학부모들의 불만 해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사립대학 교육의 질적 개선 없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다른 방도는 없다. 부실 금융회사와 기업들에 투여한 공적자금의 0.1%만 사립대에 지원하더라도 현재의 사립대에 대한 지원액수가 두배가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는 부실 기업과 부실 금융회사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부실 사립대가 있는 한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향상될 수 없음을 인식해 주기를 호소할 뿐이다. ys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