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은행통합이 부실은행 정리과정에서 정부주도로 추진돼 왔다면,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은행통합은 시장경쟁에 의해 자생적으로 촉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 투자비용의 증대,겸업화 진전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여 수익력을 높이기 위한 시장주도 은행통합은 금융선진국뿐 아니라 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등 신흥개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범세계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추가적인 은행합병과 더불어 지주회사를 통한 이종업종간 통합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은행통합은 전반적으로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경쟁구도 측면에서 부작용 또한 수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중한 정책대응이 요구된다. 첫째,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개방적·시장중심적 금융구조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은행부문이 은행간 경쟁과 직접금융시장,비은행금융회사,나아가 초국적 금융회사와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노출될 것임을 의미하며,이에 따른 경쟁심화로 영업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한계은행의 도태와 추가적인 은행통합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미 선도은행 그룹과 중위권 은행간 예대마진 격차가 확대대 추가 합병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중심형 금융구조로의 변화는 직ㆍ간접 금융시장간 규제의 비대칭성이 상존하는 경우 자금흐름을 왜곡시켜 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조짐이 나타나고 있듯이 기업자금조달의 은행 의존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금융저축이 직접금융시장으로 분산되지 못하면 이에 따른 은행부문의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대출 등 과도한 위험자산 투자로 이어져 은행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감독당국은 한계은행의 부실화에 대비하는 한편,은행부문에 대한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 자산운용에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은행통합의 진전에 대응해 은행산업내 적절한 경쟁압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쟁여건을 높여야 한다. 은행의 대형화ㆍ통합화는 그 자체로서 초기 진입비용을 증대시켜 진입장벽으로 작용함은 물론,시장의 집중도를 심화시켜 경쟁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집중도 또한 상위 5대은행의 대출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도는 등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소수 대형은행에 의한 은행산업 지배는 이용자의 부담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특정부문, 특히 중소기업부문 여신공급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통합시 소수은행의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증대되지 않도록 배려하고,업무영역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이종산업 및 대내외 금융기관간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 더불어 금융상품 정보가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금융서비스 전환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의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셋째,은행통합이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 위험의 증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감독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대형은행간 자산구조 및 위험특성이 유사해지고 은행간 대출,파생상품 투자,지급결제시스템 등을 통한 상호의존도가 심화됨에 따라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 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소수 대형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그 파급영향을 우려해 감독기관의 관용적인 규제적용 가능성이 상존하게 되며,이를 인식한 금융시장과 예금자는 대마불사의 기대로 감시기능을 수행할 유인이 낮아진다. 따라서 규제시스템의 중심이 불공정 금융행위 근절과 위험관리 등 금융회사의 동태적 건전성 확보를 위한 건전감독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형은행의 재무상태와 위험수준에 대한 투명한 정보가 시장에 공개됨으로써 시장규율의 작동을 통해 도덕적 해이가 방지될 수 있도록 관련 공시제도가 강화돼야 하며,금융권역을 초월한 복합 금융거래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감독기능의 유연성과 전문성도 시급히 제고돼야 한다. jhahm@yonsei.ac.kr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