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은 고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공인한 의미있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쌍림동 인쇄정보센터 강당에 전국에서 인쇄인들이 모였다. 이날 행사는 빛나는 우리의 인쇄역사를 되새기고 자랑스러운 인쇄기술을 널리 알리는 뜻 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자긍심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쇄인들만의 잔치였기 때문이었다. 1년전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기념행사 때와는 전혀 달랐다. 조촐하다 못해 초라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쇄정보산업연합회 서울시인쇄정보조합 직지회 등 인쇄관련 단체 회원들만 참석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문화유산 '직지'를 국내로 들여오는데 앞장서야 할 정부기관에서는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의 무관심에 인쇄인들은 허탈해했다. 이 행사 담당자는 "정부의 무관심을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어 인쇄인들이 나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청주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유네스코 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떠들썩하게 진행하더니 올해는 관심도 없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인쇄인들은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국내 인쇄기술도 한층 더 발전하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옵셋 등 대부분의 인쇄기계는 일본 독일에서 전량 수입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 인쇄산업 발전을 위해 인쇄인들이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 대한인쇄연구소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곽득룡 인쇄정보산업연합회장은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자보다도 훨씬 앞선 우리의 인쇄기술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이를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키자"고 열변을 토했으나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식을 보면서 우리의 인쇄산업 수준을 한눈에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