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판 은행인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시각이 근래 심상찮다. 적극적인 주가 관리 및 인사관리시스템 등 기존 은행가의 관행을 뛰어넘는 '국민은행식 경영'에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불안한 시선'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일각에서는 "감독당국과 국내 최대 민간은행이 보이지 않는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에 대한 모니터링(관찰)을 강화하고 있다"는 말로 감독당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은행이 최근 들어 밝힌 △자사주 3백만주 매입계획 △소규모 점포 확대 △김정태 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일련의 스톡옵션 부여 △신입사원 전원에 대한 해외 경영학석사(MBA) 과정 유학기회 제공 계획 등이 구체적인 '관찰대상 업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국민은행이 발표한 자사주 3백만주 매입 방침과 관련,"스톡옵션으로 할지,우리사주신탁제도(ESOP)로 할지,보너스식으로 나누어줄지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상법·증권거래법 등 법령상 문제도 없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은행의 이익이 배분되기 때문에 자사주 취득방식에 대해 관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왜 관찰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서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계의 간판 스타가 됐으니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내실을 더욱 다져 국제금융시장으로 당당히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은행의 경영내용이 외형과 달리 질적으로는 최고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감독당국의 '정서'가 담긴 대목이다. 개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점포 확대전략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규모의 경영이라든가 개별 은행의 독자전략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라면서도 다른 은행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은행의 몸집키우기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시선이 이중적으로 된 데는 김 행장의 '앞서가는' 행보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3월 이순철 부원장보의 국민은행 감사 내정 및 무산 파문 등에다 거침없는 언사로,김 행장은 은행계에 불러일으킨 새바람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과의 관계가 매끄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최근에도 그는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정부는 국민은행 주식을 한 주도 남기지 말고 팔고 은행 경영에 간섭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큰집격인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하는 등 주가를 띄우려 애쓰면서 (정부 지분을 매각하면 당장 주가부터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