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 써보는 신문 칼럼도 끝낼 때가 된 것 같다. 단상(斷想)에 불과했지만 경제나 경영에 관한 문제만 생각하던 사람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내용도 없는 말잔치인 일상적 대화보다는 사색을 통한 글쓰기가 얼마나 인생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됐다. 우리 회사는 회식이 끝날 때 다함께 외치는 구호가 있다. 내가 '오늘은'을 선창하면 임직원들은 '좋은 날'로 화답한다. 연이어 '내일도'라고 하면 '좋은 날'로 합창하고 마지막으로 '매일매일'이라고 외치면 또 다시 '좋은 날'로 화답한다. 나는 술 한잔 못 하지만 합창과 함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다. 언뜻 생각하기엔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길 기원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좀더 깊은 뜻을 알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필요가 있다. 본래 이 말은 참선하는 스님들의 필독서인 벽암록에 실려있는 것으로 운문선사와 제자 사이의 대화다. 운문선사가 제자에게 "15일 이전은 묻지 않겠다. 15일 이후는 어떠하겠느냐? 한마디로 이야기해 봐라"고 하자 모두 대답이 없어 운문선사께서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했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모두 오늘에 녹아 있으므로 그 잘잘못은 따질 필요가 없다. 앞으로의 일은 우리들 마음에 달렸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우주의 자연적인 현상일 뿐이다. 개인의 행복과 불행, 고난과 평안 등도 모두 자연적인 현상으로 일과성이다. 늘 지혜를 탐구하고 자기를 내세우기에 앞서 타인의 도움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항상 겸손하고 검소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 날마다 좋은 날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 신체가 건강한 것, 행복한 가정생활, 성실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어느 하나라도 좋지 않은 것이 없다. 기독교에서는 '범사(凡事)에 감사하라. 항상 기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특별 프로젝트 때문에 지난 밤 야근한 직원들과 칼국수 파티를 하고 또 멋있는 합창을 해야겠다. "나는 항상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고, 삶마다 좋은 삶(生生是好生)입니다." < huh@kosco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