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쇼 할 때입니까." 코스닥증권시장(주)이 8백10개 코스닥 기업을 대상으로 '투명회계 서약' 이벤트를 구상중이란 소식을 접한 한 등록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첫마디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장 신뢰를 입으로만 하는 '립 서비스'로 되찾을 수 있겠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실이 그렇다. 지금의 코스닥시장 위기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부실 기업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런 기업의 대주주와 CEO가 중심이 된 이른바 '작전'과 내부자 거래가 횡행하고 있음에도 불구, 퇴출 시스템정비 등 문제의 본질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등록기업과 시장관리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법적 제재 없는 일회성 '투명회계 서약'은 오히려 투자자를 떠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벤트 추진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등록기업들은 지적한다. 우선 행사주체인 코스닥증권시장의 위치가 어정쩡하다. 코스닥증권시장은 회계관련 사안과 관련있는 기관이 아니다. 등록기업의 의견을 취합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거래 시스템을 관리·운영하고 공시 등 기본적인 기업 내용을 제출받아 투자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미국처럼 구속력 있는 '회계서약'을 받는다는 게 처음부터 어렵다. 자율적인 '회계서약'행사의 성사도 미지수다. 8백10개 코스닥기업중 7백10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관계자는 "'회계서약'이벤트와 관련해 등록기업에 어떤 사전공지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벤트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시장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어떤 식으로든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왔다는 점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구속력없이 말로만 하는 '투명회계' 서약은 등록기업의 불투명성을 덮어주는 또다른 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언'에 앞서 시장을 건전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철수 증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