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과 KAIST간의 관계는 각별하다. KAIST 출신 벤처기업인들은 모교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쏟는다. KAIST 출신이 아닌 벤처기업인들도 큰 관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KAIST가 한국 벤처기업의 요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KAIST를 빼고는 한국의 벤처를 얘기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지난 2000년 초. 벤처 1세대인 이민화 메디슨 전 회장,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 이인규 무한투자 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이날 1백억원을 KAIST에 주기로 결정했다. 이 기금중 50억원이 지난해 건립된 KAIST 동문 창업관에 들어갔다. 지난해 상반기 3백억원을 KAIST에 선뜻 내놓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도 '벤처사관학교'와 끈끈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가 KAIST 전산학과 이광형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미래산업이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던 1996년이었다. 정 전 회장을 찾아온 이 교수는 "반도체 장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아무런 조건없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그의 손을 잡았다. 미래산업의 성공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KAIST는 정 전 회장에게 오늘이 있게 한 일등 공신인 셈이다. 지난 96년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비트컴퓨터 두인전자 등 내로라하는 벤처기업들이 1백50억원을 출자, KAIST안에 벤처캐피털인 무한투자를 설립한 것도 KAIST의 위상을 가늠하게 하는 사례다. 무한투자는 벤처기업들이 만든 첫 벤처캐피털로 '벤처에 의한 벤처투자'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한 무한투자가 본사를 대덕연구단지내 KAIST안에 설립한 것이다. 무한투자는 본사를 옮긴 이후에도 아직까지 KAIST안에 사무실을 그대로 갖고 있다. 왜 벤처들이 KAIST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KAIST가 잘돼야 벤처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벤처는 벤처가 될 '싹'을 누구보다 잘안다"며 "이들은 KAIST에 숨어 있던 '젊은 두뇌들'의 가능성을 익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벤처 열기가 예전 같지 않은 요즘에도 KAIST에는 수많은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신기술창업관과 동문창업관 등 학교내에만 1백여개의 벤처가 들어서 있다. 벤처인들은 여전히 KAIST를 찾고 있다. 세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해 개교 30주년을 맞아 총동창회에서 실시한 미래홀 건립기금 마련행사엔 김도현 모디아 사장, 김창범 해커스랩 사장, 임병동 인젠 사장 등 젊은 벤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KAIST는 벤처를 사랑하고,벤처인은 KAIST를 사랑한다." KAIST 출신 벤처기업인이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